그렇지만 그게 문제가 되느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사소한 부분에서 영화와는 다른 점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알고 있다. 한마디로 나는 소설이 어떻게 진행될지를 알고 읽은 셈이다. 그런데도 빠르게 책에 몰입되었고, 책에 휘둘렸다. 그리고 정신차렸을 때는 이미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비쥬얼보다, 영상보다 더 강한 텍스트. 그것을 한 번 더 경험하게 되었다.
내용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은 없다. 기본적으로 내용은 영화와 같기에. 그렇지만, 역시 읽을 때마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궁극적인 형태의, 그리고 어떻게 보면 기형적인 형태의 그 사랑의 모습이 굉장히 씁쓸하게 느껴졌다. 수학밖에 몰랐던 사람, 그런 사람을 살리고, 그리고- 도대체 이건 무엇이라고 말을 이어야할까. 하나오카 야스코에게 반해버린 이시가미의 그것에 이시가미가 혼란스러워했던 이유는 어쩌면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은 수학적으로 분석하기엔 너무나도 복잡미묘한 것이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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