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Life Is Strange)

 

 

DONTNOD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고 스퀘어에닉스가 유통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라는 작품이다. 게임이 한글화가 완료된지가 얼마 안되서인지 요즘 아프리카에서 게임BJ들도 플레이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사실은 그래서 한 BJ가 올린 유튜브 영상 한 파트 정도를 보고 바로 구입했다. 에피소드1부터 5까지 나눠져있고, 스팀에서는 1, 2~5, 1~5 이렇게 세 단위로 판매중. 1~5까지 전체 세트를 19,500원에 구입해서 플레이타임은 스팀 기준 15.7시간, 60개 중 도전과제 27개 수행으로 클리어해서 이야기를 끝냈다. 나같은 경우는 비교적 천천히 플레이했고 오브젝트도 하나 하나 다 찍어봐서 시간이 좀 오래걸리긴 했지만(중간에 헤매기도 했고..) 보통 플레이타임은 8시간 안팎정도다.

 

게임은 다른 플레이보다 철저하게 스토리 중심으로 제작되었는데, 그래픽은 아주 좋지는 않지만 영상미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OST가 너무 좋다. 덕분에 플레이하는 내내 노래듣는 즐거움도 상당했던 것 같다. 이야기는 주인공은 맥스 콜필드가 어느날 갑자기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얻게되고, 그 능력을 이용해서 친구 클로이 프라이스를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내용이다. 타임리프라는, 진부하지만 흥미로운 소재를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나비효과를 잘 묘사한 작품이다. 아무래도 슈타인즈 게이트처럼 기존에도 이런 장르를 다뤘던 게임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비교하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쪽보다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게임을 하다보면, 원래 그랬던건지 아니면 팬들의 바램대로 고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반부터 클로이와 맥스는 단순한 친구관계 이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데, 결국 둘은 두 번의 키스씬(물론 게임의 특성상 결정에 따라 한 번도 키스하지 않는 형태로 진행할 수도 있다)을 통해 사실상 이 게임의 공식 커플링으로 인정받았다. 사실 게임하는 내내 많지 않은 수의 인물이 등장하고, 그 대부분이 클로이이기 때문에 플레이하면서 클로이에 대해 정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최초 선택은 클로이를 살리는 것이기도 했다. 이 둘의 커플링은 진부한 신파극처럼 슬프지만 이뤄져야할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게임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진행방향이 결정되는데, 사실 이 게임에는 게임오버도 존재하지 않고 엔딩도 2개로 정해져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선택지가 넓지는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플레이어의 결정이 과정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결말에는 어떠한 영향도 주지 못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엔딩을 결정하는 것은 엔딩 직전의 마짐가 선택이며, 그 이전의 선택은 직후의 사건 정도만을 결정할 뿐이다. 덕분에 고심해서 플레이했던 선택지가 사실은 별거아닌 거였다는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는 굳이 2회차 플레이를 하지 않더라도 두 엔딩을 모두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래 2회차 플레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이런 점은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엔딩에 이르면 플레이어는 클로이와 아카디아만의 사람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게임의 초장부터 끝까지 쫓아다니는 토네이도는 맥스가 클로이를 살려내기 위해 시간을 바꾼 것의 반작용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억지력같은 느낌, 세상의 순리대로 풀리도록 하는 힘이 나비효과처럼 쌓이고 쌓여 토네이도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이 게임의 설명이다. 클로이를 살리면 토네이도는 아카디아만을 완전히 휩쓸어버리고, 결국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반대로 아카디아만을 살리기로 한다면, 맥스는 처음으로 클로이를 만났던 순간으로 돌아가 그녀를 구하지 않고 외면한다. 게임하는 내내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게임이 대개 그렇듯 속시원한 해피엔딩은 주어지지 않았다. 해피엔딩인지 새드엔딩인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작품이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런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엔딩이 더 잘 어울린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게임의 연출력도 상당한데, 게임은 학교나 기숙사의 아무도 안볼 것 같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그려냈다. 심지어 그 중 다수는 상호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아주 사소한 부분에도 플레이어에게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내가 이 게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주체성을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연출력은 시간을 되풀이한 '결과'에 해당하는 에피소드5에 정점에 달하는데, 꼬인 시간의 굴레를 온몸으로 맞는 '악몽' 파트에서의 연출력은 보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영화가 시종일관 밝았던 것은 아니지만 갑자기 공포물로 넘어가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게임의 스토리는 굉장히 훌륭하고, 시간을 마음대로 되돌린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앞서 말했듯 그래픽은 엄청나지는 않지만 미려하고, OST도 적절하다. 덕분에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으로, 스토리를 보기 위해 플레이하게 된다. 마지막 에피소드의 '악몽' 파트를 제외하면 그다지 어려운 부분도 없다. '악몽'도 제대로 된 잠복 시뮬레이션 게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다. 그렇지만 몇가지 결점이 존재하는 게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큰건, 많은 지적을 받았듯이 플레이어에게 엄청나게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그런 선택지가 엔딩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에피소드 3를 지나기 시작하면서 맥스가 끊임없이 시간을 되돌려야하는 상황이 반복되는데, 너무 많은 반복이 진행되고 그 중 일부는 스킵이 불가능하게 되어있어서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는 점이다. 실제로 에피소드4쯤 되니 조금 지치기도 했다. 그렇지만 스토리가 너무 좋아서 그 모든걸 용서할 수 있는 작품이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의 후속작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다만 클로이와 맥스의 이야기는 아니라고하니 아마도 아카디아만을 배경으로 하는 또다른 '타임리프 능력자'의 이야기를 그려내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마도 맥스는 클로이를 포기하고 아카디아만을 구한다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진짜 엔딩이 될 것 같다. 물론 그 엔딩에 둘의 마지막 키스씬을 넣음으로써 이미 사실상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한정판 공식 트레일러.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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