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1.

   오랜만에 휴가 중도 아닌데 시간을 내서 영화를 봤다. 포스터에는 휘황찬란하게 IMAX 3D/4DX 4D같은 여러가지 수식어구들이 박혀있지만 저는 그냥 평범한 2D로. 사실 같이 보러간 동생이 보자는 대로 그대로 본거라서 어떤 영화인지도 모르고 봤다. 영화관에 도착해서야 핸드폰으로 대충 어떤 영화인지 찾아봤을 정도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기존에 있었던 작품의 리부트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만 해도 이 영화가 그런 작품인지도 몰랐다. 덕분에 '분노의 도로'라는 뭔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이 섞인 제목이며, 뭔가 시대를 한 10년 정도 잘못만난 것 같은 포스터 덕분에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도 않고 봤다. 물론 검색해본 별점이 9점대인걸 보고 의왼데... 하긴 했지만.

 

   영화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탈출기인데, 사실 영화가 스토리 상으로 큰 성공을 이뤘다고는 보기 어렵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세지는 분명하지만, 그 메세지는 일단 그려놓은 그림에 짜붙인 것 같은 느낌이 강하다. 한편 각 주인공의 뒷이야기가 세세하게 그려지지도 않는다. 반면에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액션은 제대로다. 영화의 절반 이상이 터지고, 날아가고, 깨지고, 뒤집어지고, 박살난다. 이 영화의 핵심은 거기에 있다. 물론 누구나 영화를 보면서 스토리에 관심을 줄 수 밖에 없지만, 미친듯이 터지는 화려한 액션씬을 보다보면 솔직히 그런 스토리에 조금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맥스는 왜 헤매고 있나, 퓨리오사는 왜 여성들을 해방하려하는가, 임모탄의 정체는 또 뭔가, 저 '워보이'는 뭐하는 놈인가, 하는 그런 문제보다도 당장 생존해야하고 당장 달려야하는 주인공의 입장에 이입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자동차를 이용한 추격씬은 압도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사막을 배경으로하는 추격장면에서는 사막의 거친 질감, 뜨거운 열기를 스크린을 통해 그대로 전달해준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괜히 보는 사람까지 목이 탈 정도다. 이렇듯 액션씬은 화려함과 몰입감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스토리의 일자 진행과 부실함 때문에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실제로 4명이서 봤는데 나는 그럭저럭, 2명은 만족, 1명은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였으니.

 

2.

   앞서말했듯이 영화의 액션씬에 잠겨있다보면 영화의 뒷배경같은건 그다지 궁금하지 않은데, 그렇다고는 해도 영화가 지나치게 불친절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전편이 있고 그 전편을 바탕으로 리부트된 작품이니 어쩔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맥스는 왜 그렇게 괴로워하는지, 퓨리오사는 어쩌다 시타델까지 가게 된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한 이야기가 전무하다. 시타델의 모습도 겉으로는 조금 보여주지만 그 내막은 도대체가 알 수가 없다. 불친절한 영화를 넘어서, 다 보고 왔는데도 베일에 싸인 영화라는 심정이 들 정도다. 현대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적당히 섞인 영화의 배경은 상당히 매력적인데,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놓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3.

   당신들의 구원은 자신의 현위치에 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그것일지도 모른다.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은 희망을 찾아 "녹색땅"으로 향하지만, 결국은 시타델로 돌아가게 된다. "녹색땅"은 이미 사라져버린지 오래였다. 맥스의 말에 따라 그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는 대신, 자신들에게 지옥같았던(그러나 희망이 될지도 모르는) 시타델로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굳이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그들의 구원은 자신들이 서있었던 곳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떠났기에 임모탄이 그들을 추적해나섰고 그 것이 기회가 되었듯이, 새로운 구원을 향한 도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4.

   그러나저러나 내 개인적인 사견으로도 별점 9점은 아깝다. 7.8~8.2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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