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pold FC900R PBT MX Black (흑축)

1. 

 모든 문제의 발단은 큐키 키보드였다. 핸드폰에서 여러가지 키보드를 쓰다가 얼마전부터 큐키 키보드를 쓰고 있는데, 큐키 키보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역시 찰칵찰칵 거리는 기계식 키보드 특유의 소리(청축 키보드 특유의 클릭음)를 잘 살렸다는 점이다. 처음에 그 소리를 들어보니 굉장히 매력적이었고, 그래서 지금 쓰는 갈축 키보드 대신에 청축 키보드를 한 대 들여놓기로 했다. 거기서 시작된 기계식 키보드와의 전쟁.


2. 

 기성품 기계식 키보드에서는 보통 4개 축이 쓰인다. 청축, 갈축, 적축, 흑축. 사실 이에 대한 설명은 수두룩 빽빽이니 내가 별도로 설명할 필요도 없겠고... 굳이 언급하자면 엔하위키 정도에서 참고해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솔직히 커스텀까지 욕심을 부릴 정도도 아니고 해서 네 가지 축에서 결정하려고 했는데,, 처음에 가축 키보드를 살 때는 리니어인 적축과 흑축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 특히나 흑축은 취향을 많이 탄다고 해서 계속 보류하고 있었다. 그렇게 첫 키보드인 레오폴드 FC300R 갈축 키보드를 들였다. 그리고 나서 키캡을 바꾸는 등의 나름의 데코를 해가면서 잘 쓰고 있었다.


 그러다 청축을 알아보면서 여러가지 축을 다시 한 번 살피게 됐다. 처음에는 인터넷에서 평판이 그다지 좋지 않은 제닉스나 스카이디지털을 제외하고 시작했다가, 스카이디지털 메카닉 LED가 예쁘장해서 그걸로 잠정 결정. 사실 출근길에 결정을 했기 때문에 바로 지르지는 않고 퇴근하고 질러야겠다!! 하고 핸드폰을 껐더랜다. 그러다가 돌아와서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일단 결정적으로는 두 번째 사는 키보드는 이제 서울을 가지고 올라가야하는데, 그러려면 청축처럼 너무 시끄러운 키보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공공으로 사용하는 장소에서 청축은 거의 사용 불가능이란 소리가 있을 정도인데.. 영상만 봐도 이 시끄러운 키보드를 어찌 하오리까... 그래서 사실은 새로 키보드를 살 계획 자체를 보류시키려고 했었다. 


 악력이 쎈 편은 아니지만 글씨를 쓸 때도 손에 힘을 너무 많이 주는 편이라서 오히려 글씨가 망가지는 일이 많았던 나로서는 아무래도 흑축도 겁내지 않고 선택할 수 있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처음 받자마자 확인해본건 도대체 키가 얼마나 무겁다는거야?? 하면서 키를 하나 하나 눌러보는 거였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타건해보고 사는 것이긴 하겠지만 지방에 살고 있어서 타건을 못해보고 샀는데 다행히 굉장히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첫 기계식키보드가 아니다보니 기존 키보드의 갈축과의 차이도 내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였는데 다행히 차이가 많이 난다. 오히려 청축과 갈축 이상의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가장 낮은 키압에 속하는 갈축(적축과 키압이 같다는 곳도 있고 10g 정도 높다는 곳도 있는데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과 가장 높은 키압에 속하는 흑축(물론 기성품에서..)에서 갈아타서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소리는 살짝 걸리는 소리가 없어졌지만 덕분에 묵직한 느낌이 더욱 강해진 것 같은 느낌. 사람들이 갈축을 도각거린다고는 많이 표현하는데 왠지 내 느낌으로는 도각거린다는 표현은 흑축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갈축의 경우에는 살짝 걸리는 부분 때문에 묘하게 시끄럽고 가벼운 소리가 났는데, 흑축은 그런 소리가 없어져서 정말로 묵직한 느낌이 난다. 내가 원래 구름타법이라는 걸 따로 연습합지는 못했는데 지금 치고 있는 타법이 구름타법에 가까운 것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키압이 부담되지도 않는다. 또는 진짜로 내가 키보드를 평상시부터 과하게 힘을 주고 사용하고 있었거나... 그렇지만 실제로 파워타건을 해보면(즉 키가 완전히 보강판을 때리도록 온 힘을 다해서 키보드를 두드려보면) 확실히 이 키보드가 키압이 높은 키보드긴 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의외로 다른 키들보다(심지어 새끼손가락으로 누르는 키 보다도!!) 엄지로 때리게 되는 스페이스바가 굉장히 부담된다..




3.

 잡소리가 길었는데 이제 진짜 진짜 개봉기.



오랜만에 보는 레오폴드 상자.

아무 생각없이 위에 운송장 붙어있길래 뒤집어서 찍었는데,

나중에 사진 정리하다 보니까 레오폴드 로고가 뒤집어져있다 ㅋㅋㅋ




레오폴드 인터내셔널.




처음에 이 뽁뽁이 샤워를 보고 굉장히 당황했는데,

아마 원래 이런 식으로 보내나보다.

기억은 잘 안나는데 300r 개봉기 때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뽁뽁이를 많이 넣어줬다는 이야기가 있네..




인터넷에서 본 텐키리스 모델인 750R과 비슷한 느낌으로 박스를 디자인했다.

900R의 제품군을 나누자면 크게 ABS 더블샷 모델, PBT 모델, LED 모델이 있다고 하겠는데,

각 모델마다 다른 상자를 쓰는 모양이다.

PBT 모델 안에는 정각과 측각 모델이 나오는데

나는 부모님과 함께 6개월 정도 이 키보드를 같이 쓰려고 정각 모델을 샀다.

근데 키압이 은근히 부담되서 부모님께는 그냥 전에 쓰던 갈축을 권해드릴까 생각 중..




요즘 게임을 많이 하지 않아서

(그리고 하더라도 여러 키 입력이 중요한 게임을 많이 ㅇ나해서)

무한 키 입력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기성품 최초로 흡음재(사진의 Sound absorbing Pad라고 써진 것!!)를 넣었다고 하는데

덕분에 리니어 제품 맛이 더욱 살아났다는 소문도 있다.

흡음재를 안쓴 흑축을 써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여느 회사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축이나 하우징 색깔과 무관하게 동일 박스를 사용.

맨 왼쪽 블랙, 화이트, 네이비가 하우징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900R은 블랙 모델 밖에 없다.

900R/750R과 호환되는 PBT 키캡은 블랙, 화이트, 네이비 모두 나와있다.

레오폴드에서 35,000원에 판매중.


검은색에 네이비도 괜찮을 것 같아서 무각 키캡 한 번 사볼까도 진지하게 고민중...

이지만 이번에 이 키보드 사면서 파산나서 gg



전에 쓰던 300R 박스와 비교.

박스는 전반적으로 더 세련되어진 느낌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300R의 경우 실제 구입한 스위치 색깔로

저 사진이 바뀌는데,

900R은 축  구분 없이 동일 상자로 통일하면서 더 깔끔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얻은 것 같다.



언제나 제품을 받고 나서

설렘반 걱정반으로 자르는 봉인씰.

이번에도 과감하게 칼로 쓱.




레오폴드 메카니컬 키보드!!라고 써진 간단한 주의사항 적힌 종이는

300R 때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키보드에 씌워두는 저 플라스틱도 그렇고.




집에 한성 키캡을 사면서 받은 리무버가 있긴 한데

이번에는 키보드에 리무버도 포함되있다.

분명 300R에는 없었는데...




처음 키를 눌러봤는데 생각보다 키압이 낮아서


"뭐야 이거 진짜 흑축 맞아??"


하면서 바로 키캡을 뽑아봤다.

결과 흑축이 맞네.

스위치 모습은 제일 예쁘다. 검은색 + 검은색이라 깔끔함이 2배.




전체적인 키보드의 모습.

새 키보드 맞다..
아무래도 설렘 설렘하면서 뜯고 키압 확인하려고 두드리는 사이에

키캡에 땀이 덕지 덕지 묻은 것 같다 -_-;; 새 키보드인데...


전체저깅ㄴ 하우징도 뭔가 좀 더 튼튼해진 느낌이고

무게감도 300r보다 낫다. 

무엇보다 하우징의 재일이 바뀐 것 같은데 훨신 단단한 느낌이라 마음에 든다.




후면은 요렇게 생김.

귀찮게 컴퓨터로 지우기 귀찮아서 플래그로-_- 가렸다.

이래도 보이면 뭐 어쩔 수 없지 하는 심정?

ㅋㅋㅋㅋ




요런 식으로 바꿀 수 있는 DIP 스위치가 있다.

기능 설명은 제품 안내에 함께 적혀있는데, 한번 살펴보니

나는 그다지 바꿀만한 요소가 없어서 그냥 쓰기로 확정.



4.

 자, 여기까지가 내 개봉기의 끝이고. 간단하게 며칠간 두드려본 소감을 말하자면.. 지금 오른쪽 엄지손가락 부분을 살짝 다쳤는데 갈축을 쓸 때는 몰랐는데 확실히 키압이 올라가니까 아픈 부분에 찌릿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키압이 오랄간건 확실히 사실이고 적응하기 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렇게 못쓸 정도의 키압은 아니다. 나도 걱정을 많이 하면서 구입했는데 실제로 타건해보니 여성이라면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남성이라면 이 정도는 두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사실은 내가 평상시에 타자량이 많아서 키보드 두드리는 데 익숙해져서일지도 모르겠고.


 흔히 흑축을 쫀득거리는 느낌이라고들 표현하는데 확실히 그 말이 맞다. 키보드가 뭔가 쫀득하게 달라붙는 느낌. 정말로 그것보다 더 이 느낌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는 없다! 그래도 취향을 많이 탄다고 하니 다들 용산에 가서 타건 한 번 쯤은 해보고 구입하는게 현명할 것 같다. 타이핑하다보면 키압도 세고 손목도 쉽게 피곤해져서 자연스럽게 구름타법을 배우게 된다는데 그게 정말일지는 실제로 한 번 써보면 알겠지.


 조금 불편한 사항이라고 한다면... 일단 어쨌든 갈축보다 키압이 높아져서 아무래도 손목에 좀 더 힘을 주게 되는데 우리 집에서 키보드를 올려놓는 책상에 유리가 깔려있고 손목이 유리 모서리에 닿게 되서 손목에 조금 무리가 간다. 일단 아크릴 팜레스트를 주문해놨는데 어떨지는 실제로 한 번 써봐야할 것 같다. 아무래도 팜레스트 쓰는게 손목 건강에 더 좋다고 하니까 앞으로는 잘 써야지... 요즘 드는 생각인데 일단 몸부터 챙기고 볼 일이다. 암, 아무리 좋은 일이고 기쁜 일이고 뭐고간에 몸부터 챙겨야된다.


 사용하면서 불편함이라고 말한다면... 일단 가장 큰 점은 리니어 스위치에 익숙해지지 않아서 오타가 조금 많이 난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적축 보다는 덜하겠지만 키가 걸리지 않고 그대로 들어가다보니까 내가 누르려고 의도한 키 대신에 옆에 있는 키를 누르게 되는 경우가 좀 많다. 근데 생각해보면 이건 갈축 때도 있었던 일이니 뭐 상관은 없다. 사실은 이건 내가 어릴 때 뭔가 습관을 잘못 들인 것 같은게, 분명히 타자 속도는 어디서 꿀리지 않을 정도인데 은근히 오타량이 많아서 결국 그거 지우고 다시 치는 시간까지 하면 썩 빠른 편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 외에 높은 키압도 단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확실히 개인차가 있을듯 하다. 흑축 스위치에서 스프링만 더 낮은 압력의 것으로 바꾼 변흑도 있는데(기성품엔 없음) 키압은 부담되지만 그래도 흑축을 한 번 써보고 싶다면 이 쪽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조금 관심 있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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