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레 노이하우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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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의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서 읽는데 시간이 오래걸렸다. 뭐랄까? 손에 잡아본 두께보다 안에 든 분량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엄청 잘 읽히는 글인데도 이렇게 오래 걸린걸 보면 그게 분명해. 생각보다 그런 책이 은근히 많은데, 뭐랄까 책을 다시 펼쳐봐도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영원한 의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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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게 이럭헤 가벼운 소설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한동안 우리나라에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열풍과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은 그때도 그다지 관심있게 보지는 않았으니 내용을 알 턱이 없었다. 그러 북로드의 넬레 노이하우스 시리즈(표지가 다 비슷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는 예쁘다!)가 좌르륵 꽂힌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뽑아들게 됐다. 이상이 이 책을 어떻게 집었는가에 대한 이야기. 사실은 거창하게 말할 것도 없는게 그냥 시립도서관에 읽을만한 소설이 슬슬 바닥을 향해 달리는 것 같아서 평상시에 가는 책장에서 좀 더 멀리 나가서 발견한 책이라서..


왠지 모르게(백설공주라는 단어 때문인가? 사실 이것도 납득가는 이유는 아니긴 한데..) 철학적인 내용이라거나 어쨌든 조금 무거운 내용일줄 알았다. 뭐 아니면 아닌대로 좋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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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열어보면 살인자로 몰린 토비아스, 그의 주위를 맴도는 아멜리와 그의 마을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다. 토비아스는 정말로 살인범인가? 아니면 그저 오해, 또는 음모인가? 이 소설 중반까지 저자는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다. 뭐 결국 까놓고빈 토비아스는 진범이 아니었고, 우연히 겹친 두 건의 살인사건에 어른들의 사정이 겹쳐서 사실상 어린 아이 한 명을 무덤에 묻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그런 끔찍하고 빛도 희망도 없는 이야기다. 정말로 이 소설을 다 읽고나면 남는건 불신, 찝찝함, 뭐 그런 종류의 것이다. 썩 내키는 기분은 아니다.


그게 인간의 진면목일 수도 있고 그저 소설에서 과장되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사실 그다지 희귀한 설정도 아니다. 예컨대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처럼.. 폐쇄되고 구석진 마을에서 마을만의 비밀을 가지고 쉬쉬하면서 구성원들 사이에 암묵적인 룰이 만들어진다는 설정은 소설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그게 외부인을 향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내부인이었던 토비아스를 향한다는 차이점이 있다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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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소설에서 승리자는 없다. 밑도 끝도 없이 좋게 그려진 인물이 하나도 없다. 주인공인 토비아스부터 시작해서, 캐릭터가 너무 현실적이라서 그런건지 아니면 오히려 그래서 더 비현실적인건지 모르겠지만 대개 한 군데씩 문제가 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그려지는 아멜리 마저도 가출소녀에 살짝 괴팍한 문제아..라는 성향이 강한 것 같고. 물론 그게 마음에 안든다는 건 아니고. 이게 또 넬레 노이하우스만의 색깔일지 또 누가 알겠어. 사실은 그래서,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작가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거든.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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