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잘 풀릴 때를 주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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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기분이 좋은 날이 있다. 뭔가 앞 날의 계획이 창창한 것 같고, 이제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 같다. 금요일에는 어떻게 놀면 좋을 것 같고, 이번 주는 왠지 일이 힘들지도 않고, 모두 상쾌하고 기분좋고. 세상은 이렇게 푸르구나, 역시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 힘든 업무도 짜증나지 않고. 갑자기 그런 날이 있고 그런 주가 있다. 대개 한 달까지는 가지 않지만, 어쨌든.


보통 그런 '기분 좋음' 뒤에는 기대감이 있다. 주말에 잡아놓은 약속, 내가 짜놓은 계획, 그리고 그것이 착착 풀려나갈 때마다 쌓여가는 기대감. 그런 기대감에 빠져 일주일을 보내다보면, 시간도 참 빠르다. 어느새 나의 계획이 눈앞에 딱. 이제, 그 진짜 '목적'을 이루는 일만 남았다, 싶은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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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그렇게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서, 거기에서 갑자기 올스톱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냥 거기에서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기대해왔던 것은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선물상자같은 존재였다는걸 문득 깨닫게 된다. 거기서 오는 좌절감, 절망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1주일간의 즐거움이 사실은 부채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지막에 얻게 될 '큰 성공'을 담보로 즐거움을 계속 빌려다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제 그 '부채'를 갚아낼 방법이 없어진 우리는 좌절로 그 빈자리를 때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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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도 없는 생활 중에 이런 글을 가지고 뜬금없이 나타난 이유는 휴가가 개박살났기 때문...이다. 사실 뭐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고 결국 목적으로 했던걸 이루지 못했을 뿐 하루를 잘 쉬었으니 뭐라고 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남는 하루였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하루종일 무기력... 차라리 휴가를 안올렸어야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로. 나름 무리해서 올린 휴가인데 또 이렇게 허망하게 날아가니까 아쉽네.


아쉽다기 보다는... 슬슬 이게 징크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동아리를 보고 휴가를 써서 벌써 3번째 실패인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계속 실패해가면서까지 꿏꿏하게 맞춰서 휴가를 올릴 필요도 별로 없겠다 싶다. 뭔가 뒷맛이 쓴 하루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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