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


첫 이미지는 조금 묘했달까. 애초에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 피터 드러커(와 그의 저서 《매니지먼트》), 표지 일러스트가 잘 조화가 안되기도 했어요. 피터 드러커가 어떤 사람인지(라기 보다도 어떤 분야의 사람인지)는 이미 책을 보기 전부터 형한테 간단하게 들은지라- 이 책이 결코 재미를 위해 써진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시작했었죠. 사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라는 이유로 읽기 시작했다면 살짝 함정같은 책이기도 해요. 책 자체는 아주 단순한데다, 아, 대충 이런 느낌으로 흐르겠구나, 라는걸 예상할 수 있는 정도. 이 책이 재미있게 읽힐 수 있는 건, 무엇보다도 칼같은 분량조절이 포인트였다고 생각해요. 매니지먼트의 내용을 끌어오면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만큼(즉 진부하다는 걸 느끼지 않을만큼)의 분량에서 적당하게 끊었죠. 책 판본 자체가 작은데다 1페이지에 20줄 정도 밖에 안되서, 애초에 텍스트 총량이 많은 편은 아니기도 하고요.

한편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의 내용은 생각보다는 충실히 들어있는 것 같아요. 물론 에센셜판을 인용하는 형식이라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분명히 읽다보면 오호라, 싶은 부분도 있어요. 왜 그런거 있죠? 만화로 읽는 고전 시리즈, 같은 느낌? 그런 시리즈의 진화판이란 느낌이에요. 매니지먼트가 읽고 싶다! 싶은 기분을 만들어준다는 의미에서, 처음 목표의 관점에서 보면 꽤 충실하게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편 미나미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자연스럽게 <매니지먼트>의 내용에서 착각하기 쉬운 부분들을 풀어서 설명해준다는 것도, <매니지먼트>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책의 우수함..이겠죠.

아, 물론 이렇게 써놓으니 소설 내용은 굉장히 진부하고 재미없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읽는 재미가 없었다면 제가 흥미도 없는 경영학 관련 책을 읽지는 않았겠죠. 오히려 이 책을 읽고나니  경영학도 재밌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말이죠. 기본적으로는 조직 운영에 관한 것을 다루는 것 같은데, 현대 사회에 조직과 별개로 살기란 어려운 일이잖습니까. 매니지먼트라는 일 자체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위에서 서사적으로 분량조절이 우수했다고 했는데, 그것만큼이나 '매니지먼트'와 '야구부 매니저 이야기'를 적당한 균형점에서 조절해가면서 잘 풀어썼다는 생각도 듭니다. 매니지먼트라는 내용을 제외하더라도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의 고시엔 출전기! 같은 느낌으로 읽을 수 있거든요.

야구의 관점에서 보면... 모르겠습니다. KIA 팬으로서 보내기 번트는 낡은 전략이다!!! 라는 말을 보면서 푸핰ㅋㅋㅋㅋㅋ 조(전)감독님ㅋㅋㅋㅋㅋ 할 수 밖에 없었거든요(...) 작전야구의(작전야구...였던가? -_-;) 존엄성을 무시하지 말어!! 뭐 저야 보내기번트와 유인구의 효용성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레너드 코페트씨가 저서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현대 야구에서는 전략적으로 아주 혁신적인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그만큼 현대 야구의 전략·전술은 많은 연구의 성과물이다)고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저자는 이 부분에서 꼭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 점은, 위에서 말한 '균형점'이 무너졌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책을 따라 읽어가면서 미나미의 행동이 지나치게 매니지먼트에 묶여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는데, 유키가 그런 것을 풀어내줌으로써 작가가 미나미를 살짝은 의도적으로 그런 캐릭터화 시켰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매니지먼트, 라는 내용에 대해 전달하고 싶은 것 만큼이나, 이 매니지먼트가 결코 비인간적이라거나 프로세스보다 결과를 최우선에 두는 몰가치적인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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