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의 후예(2009) - 말이 필요 없다, 그저 유쾌할 뿐

말이 필요 없다, 그저 유쾌할 뿐
홍길동의 후예, 2009

이제 3학년으로 올라가지만, 역시 학기말에는 학년 구분없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아무래도 선생님들도 진도도 끝났고 진도 외 수업을 하자면 학생들도 안따라와주니 영화를 보게 하시는 편이고. 우리 학교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놀자판 분위기가 조성된 우리반의 경우는 좀 더 심하다. -_-;; 덕분에 공부하는 애들은 공부하고 영화보는 애들은 영화보는데, 아무래도 오후에 보는 경우에는 친구들이 다 불을 끄고 보니 책 글자가 잘 안보이는데다 시력이 나빠질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분위기도 그렇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나도 영화를 보게 된다. 그렇게 해서 본 영화가 《맨발의 꿈》과 《홍길동의 후예》다. 먼저 본건 맨발의 꿈이지만 당연히 기억은 그와 반비례 하므로 아직 생생한 홍길동의 후예부터 끼적여보도록 하자.

사실 영화 제목도 모르고 보기 시작한 거라 기대 자체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덕분에 마음을 비우고 봤다고 해야하나. 스토리 전개를 하면서 진지한 내용(비리 검사들이 스며든 검찰과 부패한 부자, 그리고 타락한 공무원들을 그려내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였다. 결과적으로 송재필 검사(성동일 분)를 비롯한 캐릭터들의 개그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으면서 그 모든걸 코미디로 만들어버린다는게 문제지만. 이렇게 되다보니 이제 BGM으로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노래가 들어도 긴장도 영 안될 정도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땅굴을 파기까지... 한다. -_-;; 두더지도 아니고.

그냥 마음을 비우고 본다면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재밌거든. 그렇지만 기대를 하고 본다면 아마 실망 100%이리라. 웃기고 재밌는건 좋은데 작품성은 완전히 포기...라기 보다, 작품성을 유지하려고 했던 곳곳의 노력들이 단 하나도 성공하지 못해서, 작품성은 마이너스 포인트다. 뭐 교실에서 들려오는 것도 싸움씬에서 "헐~" "오~"와 "이시영 예쁘다" 정도였다. -_-ㅋㅋ 생각해보면 소재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니까, 개그랑 엮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진지하게 이끌어나갈 수도 있었을 것 같다. 물론 그러면 스토리 전개가 많이 바뀌겠지만, 비리, 부패, 타락은 진지하게 나가는게 더 어울리는 소재이지 않던가.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쉬웠다.

인상깊었던 장면이라면... 아쉽게도(?) 액션 씬은 아니고, 송재필 검사집으로 사과 박스 배달 왔을 때. 정확한 대사는 아니지만 대충 이런 대사와 함께. "니는 이게 사과로 보이나? 함 봐라! 사과잖아!(?!)" 빵 터진다. ㅋㅋㅋㅋ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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