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8 가로수길 체험존

사실 갤럭시노트8을 보러 간 것은 아니었다. 머리를 하러 간 여자친구를 기다리면서 남은 시간에 Galaxy Note 8이라는 큼지막한 글자에 흥미가 동해서 방문했다. 처음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 쓱쓱 둘러보고 말았다. 여자친구가 머리를 다 하고나서 본격적으로 가서 미션들을 수행했다. 사실, 미션을 수행하는데 정신이 팔려서 사진도 제대로 없지만 그래도 다녀온게 아까우니 간단히 몇 자 적는다. 옛날에는 그래도 항상 생활의 중심에 블로그를 두고 있어서 사진은 일단 찍고 보자였는데, 요즘은 아무래도 그게 잘 안되서... 여기에도 매장 외관 사진이나 받은 선물 사진 따위가 빠져있음에서 대충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가 보이는듯 하다..


일단 체험존 규모부터가 스케일이 다르다. 그동안 이곳 저곳을 이용해 다양한 체험존을 만들어왔고 이번에도 IFC몰 등에서 동일한 방식으로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예 상가 한 칸을 통째로 빌려서 체험존으로 운영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필자가 갤럭시S8+를 사용하고 있어 갤럭시S8+를 기준으로 비교합니다.



체험존은 크게 5가지로 구성되어있는데, 마지막 라이프스타일존에서는 실생활에 접목시키는 것을 체험해볼 수 있고, 그 이외에는 4가지 핵심기능(S펜, 듀얼픽셀 듀얼렌즈 카메라, 인피니트 디스플레이, 빅스비)별로 분류되어있다. 각각에서 느꼈던 점이라면..


◎ S펜: 일단, 광고대로 펜심이 엄청나게 얇아졌다. 노트7은 펜을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잘 기억이 안나고, 분명 노트5까지는 이 정도의 펜촉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내구성에 대해서 문제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경우 큰 보탬이 될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일단 나는 있다고 해도 펜을 그 정도로 다룰 수 없으니 나에게는 먼나라 이야기다. 사실 S펜은 잘만 사용하면 정말 좋은 기능일 것 같은데..

참고로 이곳에서 우리 체험을 도와줬던 직원분이 정말 엄청나게 당황스러울 정도로 설명을 잘하셨다. 묘하게 오글거리기 좋은 연극체로 설명하시는데 오글거림을 느낄 새도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걸 밀어붙이셨다는게 함정...


◎ 듀얼픽셀, 듀얼렌즈 카메라: 내가 노트8 스펙을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는데, 일단 카메라 사진 품질 자체는 갤럭시S8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듀얼렌즈는 하나는 일반, 하나는 광각이라는 그동안 찾아보기 쉬운 구조를 그대로 채택했다. 눈에 띄는 기능이라면 두 렌즈에서 동시에 촬영하는 기능인데, 꽤 유용할 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모션포토(아이폰의 라이브포토에 해당하는 기능)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과연... 그래도 모션포토만큼 저장공간을 차지하지는 않을테니 나름대로 의미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외에 라이브 포커스 기능도 있는걸 봤는데 지금의 아웃포커스 기능과 어떻게 차별화되는 기능인지는 잘 모르겠다.


◎ 인피니트 디스플레이, 빅스비: 이 부분은 갤럭시S8과 완전히 동일하다. 거의 베젤리스(상하베젤까지)에 가까운 인피니트 디스플레이는 여전히 엄청난 '확장감' 혹은 화면의 가득찬 느낌을 준다. 갤럭시S8+나 노트8처럼 큰 액정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혀 예쌍치 못했을 정도로 큰 화면을 가득 채우는 모습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빅스비는 여러 의미에서 역시 갤럭시S8의 그것과 비슷한데, 딥러닝 기술을 채택했고 '가르쳐주기'를 통해 경험치를 쌓는 형태로 이벤트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큰 성장은 없다. 빅스비 비전은 아예 시연내용에 빠져있는데 사실 내가 몇 번 심심해서 사용해본 바로는 거의 실용성이 제로에 가까운 기능이다. 빅스비는 유용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 S보이스에서도 충분히 가능했던 부분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아직 "꼭 빅스비여야하는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디자인: 디자인은 삼성의 갤럭시 S시리즈-노트 라인업의 전통을 이어받아, 갤럭시S8/S8+는 둥근 느낌을 준 반면 갤럭시노트8은 각진 느낌으로 디자인되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삼성이 계속 밀었던 조약돌 디자인같은 둥글둥글한 디자인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각지고 단단한 느낌의 디자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노트 라인업을 사고 싶어했는데(그러면서도 한 번도 못사서 결국 S6, S7, S8을 모두 쓰게 됐다), 이번에는 내 취향에 노트8보다 S8+가 훨씬 나았다. 이러면 일단 일종의 카니발리즘(cannibalism)일텐데, 노트의 사용자 대다수가 S펜보다는 넓은 액정을 원해서 구매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내 개인적으로 S8+의 디자인을 더 높게 치는 이유는, 아마도 양면 엣지디스플레이의 힘 때문으로 보인다. 양면 엣지 디스플레이와 함께 인피니트 디스플레이가 채택되면서 일단 액정의 네 꼭지점이 모두 사라졌고 둥그스름하게 디자인되었다. 이러한 인피니트 디스플레이의 심미적 가치는 매우 크지만, 오히려 노트8에서는 각진 기기 자체의 디자인과 상하좌우 모두 둥근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액정 사이에서 묘한 괴리감이 느껴진다. 뭔가 어울리지 않은 두 가지를 조합해낸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분석이고 개인적인 평가다.


◎기기 총평: 여전히 S8+보다 액정도 더 크고, 여러가지 장점을 가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중 하나를 택한다면, 지금 택하라고 해도 개인적으로는 S8+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다행히 인피니트 디스플레이 덕에 더욱 커졌음에도 노트8 자체도 부담될 정도의 크기는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만 괜찮다면 노트8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래 갤럭시S와 노트 라인업은 직계로 이어지는 전후모델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노트라인업에 신기술이 도입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일부에서 삼성이 갤럭시S8의 판매를 위해 혁신을 제한했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이게 삼성의 말이든 아니든 그 팩트 자체는 설득력 있다. 정말로 S8을 각지게 다듬어서 크기를 키우고 펜 하나 꽂아준 정도다.


◎체험존 총평: 삼성답다. 인피니트 디스플레이 체험존 등에서는 제한되지만 흥미로운 인터랙션이 포함되어있고, 인피니트 디스플레이의 확장감을 적극 활용하여 후면의 디스플레이와 체험용 기기를 겹쳐보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등 여기저기 신경쓴 티가 난다. 미션을 모두 수행하면 쿠키를 주는데 쿠기도 굉장히 맛있었다. 기기 자체의 만족도 보다도 체험존의 만족도가 컸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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