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ICA Premium C.D. Notebook Hardcover


일기장을 하나 살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났던 노트가 'APICA Premium C.D. Notebook'이었다. 옛날, 블로그 이름을 바꿔서 운영하기 전에 종종 보던 블로그가 마인드와칭(http://mindwatching.kr)이었다. 거기서 봤던 노트였는데, 얼마전에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그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신정철 님의 '메모 습관의 힘'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이 났다.


꽤 오랫동안 노트를 썼다. 정확히는 플래너를. 플래너를 따로 쓰다가 일기장을 나눴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올해도 플래너는 따로 구입하기 보다는 스타벅스 플래너를 받자, 싶어서(원래 2년을 함께 했던 플래너가 몰스킨이기도 했어서) 스타벅스 플래너를 받았고, 이를 만족스럽게 쓰던 도중 일기장도 한 권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년 몰스킨을 주로 썼는데, 사실 몰스킨 종이가 좋지는 않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몰스킨은 '몰스킨'이라는 그 정체성을 제외하면 그 존재 의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종이의 품질이 열악한 노트다. 그래서 플래너가 아닌 그냥 노트로 몰스킨을 선택할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았던 것도, 이 아피카 노트를 고르는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포장을 벗겨냈더니 무광 검은색 표지가 드러난다. 솔직히 말하면 하드커버는 생각보다 만족도가 낮다. 이 녀석과 함께 하드커버가 아닌 녀석도 샀는데, 이 녀석은 생각보다 만족도가 오히려 높았다. 이 녀석의 가장 큰 불만은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이 표지다. 검은색 무광 재질의 표지는 몰스킨 특유의 반들반들함도, 그렇다고 제대로 된 무광 가죽이나 패브릭(대표적으로 커피빈 플래너로 납품되고 있는 바이풀디자인의 플래너) 재질같은 고급진 느낌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한다. 솔직히 평가하자면 학교 앞 문구점에서 판매하는 5~6천원대의, 제본 상태도 엉망인 그런 노트의 그것과 닮았다. 그래도 질감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좋은 펜을 고르듯 좋은 종이를 고르라는 메세지는 APICA라는 노트 회사다운 멘트라고 할 수 있지만 속표지도 아닌 하드커버에 꼭 박아야 했나 하는 작은 아쉬움도 남는다. 깔끔하게 없고 C.D. NOTEBOOK 정도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2015/11/29 - 커피빈 2016 플래너

[외부링크: 마인드와칭] 몰스킨 노트보다 좋다, 아피카 CD 노트 APICA PREMIUM C.D. NOTEBOOK HARDCOVER




제본 상태는 나름 짱짱한 편이다. 중간 중간 스티치가 있는데 사실 스티치가 아주 짱짱하지는 않다. 사실 저렇게 스티치가 드러나는 노트를 많이 사용해본 적이 없어서 저게 얼마나 제대로 된 상태인지를 모르겠다. 다만 스티치를 신경쓰지 않고 노트 제본 자체의 짱짱함만을 평가한다면 튼튼하다는 느낌을 준다. 제본 상태는 스티치가 생각보다 조금 힘이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굉장히 좋은 편이라고 생각된다.



기대가 커서인지 제품 자체는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이 노트를 아주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종이에 있다. A. Silky 865 Premium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 이 속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Silky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아주 부드럽고 매끈하다. 종이에 어떤 코팅을 해서 만들어낸 결과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두께도 있고 종이 자체도 매끈매끈해서 어떤 펜을 쓰더라도 잘 받쳐준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미끌미끌한 종이처럼 펜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번져버리지도 않는다. 다른 종이들처럼 잉크를 꽉 붙잡지만, 펜은 그 위를 부드럽고 매끈하게 지나간다. 뒷 페이지에 비침도 거의 없다. 사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펜보다는 샤프에 돈을 많이 투자해왔고 지금은 그냥 취향에 맞는대로 쓰고 있는데, 한동안 제트스트림(이 녀석도 0.38부터 0.7까지를 방황했다)을 쓰다가 지금은 BIC에서 나온 펜들을 사용하고 있다. 이 녀석에도 BIC의 대표 상품격인 Roundstic과 Cristal을 이용해서 필기를 해봤는데 미끌미끌한 종이 특유의 볼펜 잉크가 붕 뜨는 현상 없이 잘 써진다. 외국의 리뷰를 보니 동일한 종이를 쓴 하드커버가 아닌 CD노트가 만년필에 매우 좋다는걸 보니 만년필 잉크도 잘 받는 모양이다.


[외부링크: EDJELLY] APICA CD NOTEBOOK CD15 (SEMI-B5) – NOTEBOOK REVIEW


아피카의 대표 상품. 가격 차이는 3~4배 정도 선이다. 아마존 재팬에서 상시 할인중이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두께도 조금 있다. 펀샵에서 국내에 물건을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두께(96sheets)의 제품은 하드커버만 들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왼쪽의 상품도 나쁘지 않아서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펀샵에서 왼쪽과 같은 디자인으로 들여오고 있는 녀석은 더 얇은 노트다.



몰스킨의 라지 사이즈에 해당하는 스타벅스 플래너와 비교. 사실 몰스킨 포켓 사이즈를 애용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 생각에 가장 일반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이즈는 사실 포켓보다는 라지라고 생각한다(주관). 개인적으로 일본처럼 A5, B5, 이런 식으로 나오는 녀석은 A5와 문고본 사이즈를 선호하고, 몰스킨은 라지 사이즈 정도를 선호하는데 C.D.노트는 A5에 맞춰 나온 제품(이면서 하드커버이기 때문에 그것보다 살짝 더 커진 제품)이기 때문에 몰스킨보다는 옆으로 좀 더 넓고 위로 좀 더 짧아 둔하고 넓은 느낌을 준다. 둘 다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요즘 트렌드는 아마 몰스킨 쪽에 가까울 것 같다.



아피카 노트의 또다른 마음에 안드는 점이라고 한다면 이것이다. 사실은 표지의 느낌보다도 이 쪽이 더 불만인데, 꽤 가격이 나가는 제품인데도 표지와 첫 페이지를 접착제로 부착하여놓은 형상이라 첫 페이지에 필기할 때 애로사항이 많다. 첫 페이지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방향으로든 접착제의 선을 따로 한 번 접어야 편하다. 사실 제품의 불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건 그것대로 어쨌든 좋은 결과물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것보다 싼 얇은 표지의 제품은 앞 페이지와 표지가 깔끔하게 분리되어 있어 첫 페이지를 쓰는데 큰 지장이 없다. 나름 비싼 제품이고, 종이도 참 좋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조금 남는 노트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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