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숙대] 시후쿠: 연어의 맛을 깨우치다 ★★★★★


영화 '너의 이름은'을 마무리하고, 밥을 먹을 곳을 찾기 시작했다. 


2017/01/09 - 너의 이름은. (君の名は。, 2017)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이곳, 시후쿠였다. 원래는 일식을 메인으로 한다기 보다는 이자카야, 그러니까 술집에 가까운 곳인 모양인데, 그럼에도 불규하고 메뉴도 탄탄하고 음식도 맛있었던 곳이다. 학교나 신촌은 워낙에 평상시에 자주 나갈 기회가 있어서 아무래도 기회가 되면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신촌의 상권이 아쉽다. 그래도 신촌은 괜찮은 곳이 많은 편이지만 우리 학교 근처는 워낙에 상권이 작아서 그런지 그럴싸한 식당을 찾는 것 조차 쉽지가 않다. 사실 이곳도 숙대 완전 근처라고 하긴 어렵지 않나 싶긴 하지만..


메뉴판은 아주 퀄리티 높은건 아니지만(코팅+제본..?), 페이지 구성 자체는 깔끔하고 매력적이다. 글씨체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폰트들이 조금 쓰였는데 묘하게 이순신체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이 든다. 우리는 라멘 맛집을 찾아 간 거였는데, 이곳은 비단 라멘 뿐만 아니라 돈부리류도 탄탄하고 인터넷 평가도 좋았다. 어디서나 돈부리의 끝판왕은 사케동과 유케동이지 않을까 싶은데(가격적인 측면에서), 그래서 우리는 사케동을 시켰다. 학교 근처에도 가츠벤또나 돈부리모노같은 여러 식당들이 있어서 맛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고.



잠깐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나가사키 짬뽕을 팔던 학교 근처의 이자카야 '라쿤'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블로그에서는 중국 음식이지만 사실 나가사키 짬뽕의 그 맛이 났던, 그러나 맛이 완전히 변해버려 실망했던 '원더풀 샤브샤브'의 '안 매운 사천탕면'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


2016/12/18 - [마포/서강대] 원더풀 샤브샤브: 제 맛을 잃은 사천탕면 ★★☆


나가사키 짬뽕은 지금까지 먹어봤던 것 중 최고라고 평해도 무방할 정도다. 라쿤의 그것보다 훌륭하다. 맛은 다른 곳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그리고 당연한 소리지만 생각보다 지켜지기 어려운 농심의 나가사키 짬뽕 라면과도 확연히 구분되는 그런 맛을 낸다. 지금까지 이게 진짜 나가사키 짬뽕의 맛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정도로. 생각해보면 처음 맛본 그 메뉴의 맛에 따라 맛의 호불호가 결정되는 것 같은데 내가 처음 먹었던 나가사키 짬뽕인 '원더풀 샤브샤브'의 그것은, 변하기 이전에도 솔직히 라면과 비슷한 맛을 냈었다. 이곳은 확실히 다르다. 나의 짧은 '나가사키 짬뽕'력(歷)은 결코 길지 않지만(솔직히 말하건대 저 3개 말고 더 있나 싶지만) 개중에는 최고다. 그리고 아마도 그 아성을 깨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감동스러웠던 곳이다. 참고로 위의 사진은 오오모리(면 2배)를 추가해 주문한 것.


사케동은 살아있는 연어의 맛이 난다. 나는 본래 해산물을 잘 먹지 못한다. 특히 조개류에서 심하지만 사실 어패류를 막론하고 날 것, 회를 잘 먹지 못하는데 이것이 날 것일수록 심하다기보다는 그 때 그 때의 컨디션과 질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어패류이냐의 영향도 있겠지만 같은 어패류라고 해도 먼가 안맞으면 그대로 역함을 느끼곤 한다. 그런 내가 먹을 수 있는 연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쁠 정도다. 연어덮밥이지만 덮밥의 고명에 불과한 연어가 아니고,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하나의 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은 맛을 낸다. 연어의 양이 많지 않지만 생연어이기 때문인지 엄청나게 부드럽고, 또 연어 하나 하나가 실해서 다른 곳의 사케동에 비해 결코 적은 양은 아니리라 추측해볼 수 있다. 육회를 먹지 못했던 내가 돈부리모노에서 유케동을 먹고 육회를 먹기 시작했듯이, 아마 내 연어에 대한 선호는 이 곳에서 시작될 것이다. 한 입을 먹자마자 그 정도는 손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가사키 쪽보다는 사케동 쪽이 훨씬 감동적인 맛을 내었다.



반찬은 독특할 것이 없다. 과하지 않고 부족하지도 않다. 애초에 일식을 먹으면서 엄청난 반찬을 바래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메뉴의 가격은 보면 알겠지만 대개 7~9천원 사이에서 형성되는데, 우리는 오오모리를 추가해 시켰지만 아주 배가 부른 정도는 아니었다. 가격은 과하지 않은 수준일지도 모르겠지만, 학생의 눈높이로 보자면 결코 싼 곳도 아니었다. 가격 자체는 살짝 비싸고, 양을 고려하면 조금 더 비싸다는 느낌이 강한 곳이다. 그래도 가끔, 이런 것들이 막연히 땡긴다. 평균적인 음식 가격이 6천원 언저리에서 8~9천원 정도로 훌쩍 뛰어버린 요즘임을 고려한다면, 이 정도 가격은 충분히 감수할 만 하다. 학생에겐 비싸지만 학생이 아니라면 더 부담없이 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러나 저러나 자신있게 별 5개를 줄 수 있는 곳이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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