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효창공원역] 김약국커피컴퍼니: 마약처럼 중독성 있는 커피 ★★★★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라멘집에 들러 밥을 먹고, 인근에 가까운 카페를 찾았다. 가게 이름이 꽤 독특한데 '김약국'이다. 사장님에게 어떠한 사연이 있어서 이런 독특한 이름이 붙었을까 순간 궁금해지는 이름. 독특한 이름인데다 음료도 괜찮아서 망고 플레이트 같은 어플에서도 인기가 괜찮은 편인 것 같고, 나 역시 망플은 보는 용도로만 써서 그 쪽에 글을 남기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웠다. 



가게 자체도 독특한데, 처음 와본 사람은(우리도 마찬가지였고 우리 다음 손님도) 조금 당황스럽다. 이 곳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테이블과 판매/조제하는 곳이 따로 나누어져있다. 오른쪽 공간은 커피를 마시는 곳이고 왼쪽은 커피를 조제하고 주문을 받는 곳. 진동벨을 통해서 음료를 받아오면 된다.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실보다 득이 큰 선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하다보니 커피를 로스팅하고 조제하면서, 그리고 주문을 하고 받으면서 나는 소음으로부터 손님들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넓지 않은 공간에 자리잡은 카페라 그런 장점은 더욱 크다. 좁은 공간에서 저런 모든 일을 하는 작은 카페들은 대개 어쩔 수 없는 소음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별도로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에는 인테리어도 간소하고 조금 황량한 느낌도 든다. 우리는 안에서 신나게 떠들었는데 원래 그런 분위기가 아닌건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이기도 했다. 조용한 카페는 일장일단이 있다.


테이블이 있는 곳에 있던 장식품.

혀니 그림자 찬조 출연.

애초에 엄청나게 비싼 가격도 아니지만 점포 밖에 가격표가 있어서 가격을 보고 기겁하며 도망나올 필요도 없다. 가격대는 항상 내 카페의 기준인 스타벅스를 기준으로 마이너스 500~1000원 정도 한 가격인 것 같다. 아메리카노는 싼 편이고 다른 음료는 (아메리카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조금 있다. 우리는 따뜻한 모카와 시원한 바닐라빈 라떼(다른 곳의 바닐라라떼. 바닐라빈을 직접 갈아 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를 골랐다.


매력적인 슬리브.

여기까지가 모카.

시원한 바닐라라떼. 양도 많다.

바닐라빈라떼는 밑에 우유가 깔려있는 상태로 나온다. 모카는 따뜻한 음료라 어떤 모양새로 나오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두 음료 모두 이런 조제 음료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맛에 가까운 맛을 가졌다(대중적인 의미에서). 적당히 절제된 단맛 안에 자기 맛을 그대로 잘 품고 있다. 시럽으로 뒤덮인 싸구려 음료같은 맛, 예컨대 편의점 음료만도 못한 음료를 파는 곳이 꽤 많은데 이 곳은 그렇지 않다. 지나치게 달지도 지나치게 쓰지도 않다. 카페를 가면 아메리카노같은 뭔가 '진짜 커피'같은 녀석들보다 이런 녀석들을 마시는 사람으로서는 참 반가운 곳이다. 모카도 모카지만 바닐라빈라떼가 참 '적당'하다. 바닐라빈을 쓴다고 강조했던 곳이 이 곳 말고 한 곳 더있었는데(가봤지만 아직 글을 쓰지 못한 '비로소 커피(BIROSO COFFEE, 마포)'가 그곳인데, 그곳과 견주어 이곳도 결코 꿇리지 않는다. 사실 비로소 커피에서는 따뜻한 바닐라 라떼를 시켰었던 터라 정확한 비교를 하기는 어렵긴 하다. 


그러나 적당한 달달함은 역시 기분 좋다. 단 것이 죄악시되는 시대다. 그렇게 단 것을 좋아하면서, 카페가면 줄곧 바닐라라떼(그리고 이전에는 카라멜 마키아또)를 시켜대던 나조차도 단 것을 먹으면서 묘한 죄책감에 시달리곤 하니까. 그런 시대를 살아가서인지, 이상적인 '단, 그리고 커피가 들어간' 음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스타벅스처럼 시럽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곳에서도 점포에 따라 같은 시럽으로 주문을 넣어도 단 맛이 제각각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맛 좋은 음료를 만드는 곳은 반갑다. 나의 입맛은 절대 카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커피의 맛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나같은 사람은 많고, 그렇다면 나 역시 '좋은 커피를 파는 카페'를 평가하지는 못해도 '좋은 음료를 파는 카페'를 평가할 수는 있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곳의 음료는 이름대로 '마약처럼 중독성 있는 커피'다. 마약커피는 어감이 이상하니까 김약국, 인거 아닐까,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해본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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