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이대] 란주탕슉: 엄청난 양이 단점이자 장점 ★★★☆


요즘 새로운 곳을 가고싶어서 맛집 어플이나 맛집 블로그 같은 곳을 곧잘 뒤져보곤 하는데, 이곳은 그 중 하나인 망고플레이트를 통해 찾아낸 곳이다. 언젠가 글을 한 번 쓸까 생각하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다이닝코드보다 훨씬 쓰기가 괜찮아서 내용물과는 무관하게 더 애용하고 결국 다이닝코드를 지우고 단일화한 어플이다. 이런 어플이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곳도 광고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그럼에도 대체로 자정능력을 통해 괜찮은 곳은 결국 부각된다. 아무래도 대중적 입맛과 영합한 '대중적 맛집'이 주를 이루게 되고, 소위 '맛집 블로그'를 표방한 이들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굉장히 부적절하겠지만, 내 블로그가 본격적인 맛집 블로그도 아니고 미식가도 아니니 썩 괜찮다. 그냥 '소문으로 알려진 가성비 괜찮은 식당'을 찾는데에는 나쁘지 않다. 란주탕슉도 결국 비슷하다.



가격은 결코 싸지는 않다. 도삭면류는 8000원 정도에 잡혀있고 나머지는 레귤러 1.5 안팎, 라지 2만원 안팎으로 조성되어있다. 단연 간판 메뉴는 저 중 꿔바로우라고 하겠다. 특히 도삭면류의 가격이 꽤 비싼 편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그만큼 양도 많아 가성비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레시피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곧 좀 덜 맵게 해주세요, 이런걸 받지 않겠단 뜻일 것이다. 아마 조금 매울 수 있다는 경고문에 항의를 좀 받았는지 손글씨로 직접 고쳐놓았다. 실제로 맛은 비교적 강렬한 편이라서, 어린 아이들이 먹기에 적합하지는 않을 것 같다.



꿔바로우의 양도 상당히 많지만 그것보다 홍합짬뽕의 양이 압도적이다. 물론 가격도 그만큼 비싸지만 사실 양이 그 이상이다. 물론 홍합 껍질을 다 들어내고 나면 사실 양이 비쥬얼 상으로 보이는 것만큼은 아니다. 그럼에도 양은 정말 많아서 둘이서 꿔바로우 + 홍합짬뽕을 다 비우지 못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매워서 나처럼 매운걸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물론 그렇게 매움에도 불구하고 계속 숟가락을 들게 하는 매력이 있었지만, 먹다보면 혀가 떨어져나갈 것 같은 고통은 어쩔 수 없다. 맛은 대체로 준수한 편이었는데, 매운 것을 싫어해서 꿔바로우는 고추를 모두 덜어내면서 먹었다. 만약 고추랑 같이 먹었다면 꿔바로우도 엄청 매웠을 것 같다(고추 양이 상당하다). 짬뽕 국물도 얼큰하니 괜찮지만, 역시 발목을 잡는 매움 때문에 많이 먹지는 못했다.


가게 분위기는 깔끔하지만 넓지는 않고,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정도의 가게다. 정돈된 느낌은 조금 부족하고, 손님이 들어왔을 때부터 조리를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음식이 꽤 빨리 나와서 어디 부터를 조리라고 부르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물론 이 식당에 정갈한 음식을 먹으러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음식은 맵고 가게의 분위기는 묘하게 떠있어서 전반적으로 음식이나 가게의 머릿 속에서의 이미지를 가벼운 것으로 만든다. 그래도 매운 것을 좋아한다면, 또는 꿔바로우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들러볼만한 가치가 있는 가게다. 애석하게도 나는 매운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다음 기회에 또 찾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쉬운 점이라면 양은 분명히 가성비를 뛰어넘지만 그런 덕분에 잘못 시키면 남기는 양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거다. 순천에 있을 때 한창 유행했던 조금 가벼운 느낌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파스타나 필라프, 리조또 따위를 2인/3인으로만 팔았는데, 이 가게도 조금 비슷하다. 일반적은 중국 음식점에서는 1인당 메뉴 하나 + 여럿이서 먹는 탕수육이나 깐풍기, 이런 식으로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선 그렇게 먹기엔 양이 너무 많다. 가성비가 조금 나빠지더라도 가격을 조금 낮추고 양도 조금 줄이는 것이 먹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부담도 없고 더 유쾌한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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