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형, 나를 의심한다

 

 

나름 강세형 작가의 책을 꾸준히 읽어온 편이다. 에쎄이를 읽기 시작할 초입에, 아마 고등학생 때 쯤에 처음 읽었던 것 같은데, 글이 마음에 들었다. 그 이후로 믿고 고르는 작가 중에 한 명이 됐다. 이번으로 벌써 세 권째. 그 사이에 라디오 작가였던 강세형 작가는 전업 작가가 되었고,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변하지 않은 점이라면 그녀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나도 여전히 블로그에 이런 짧은 글을 남기고 있다는 점일게다. 이번 책도 막힘없이 읽었고, 후회도 없다.

 

물론 기존의 책들과는 꽤나 다른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보라색 글씨와 검은색 글씨가 교차되는데, 검은색 글씨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이고 보라색 글씨로 써진 부분은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다. 덕분에 이전까지의 책이 마치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한다면 이번 책은 정말로 '에쎄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둘 다 좋으니 문제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이전의 책이 이제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의 독서 공백기가 길었고, 그 전의 책들과 어느 정도 단절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내 기억력이 거기까지 따라주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그러니 사실 지금 펼쳐보면 아, 원래 이런 책이었구나 싶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내 첫 느낌은, 아, 다르다, 였다.

 

어느 작가나, 혹은 작가라고 부를 정도의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겪는 과정이 있는 모양이다. 대개 글쓰는 사람들은 그것이 자신의 직업이 되거나 자신의 삶의 중심에 놓아야할 때가 되면 글은 무엇이고, 글쓰는건 무엇이고, 작가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곤 한다. 이번 책은 그런 영향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강세형으로 그득하다. 물론 어폐가 있을 수 있다. 글을 쓴지 한참 된 사람이다. 그러니 글을 쓰게되는 초입이라고 하기엔 분명 어폐가 있다. 어쩌면 이제 어느 정도 노련해진 작가가 되어, 자신의 글쓰기라는 행위에 대해서도 쉽게 풀어놓을 수 있는 작가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특기할 점이라면 보통 글쟁이들이 가질법한 글에 대한 집착이나 작가라는 직함에 있어서의 자부심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감에 시달리고, 새 글을 쓰기가 어렵고, 오히려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내가 이 책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는 이유는 그녀 스스로가 자신을 집순이라 설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집돌이이고, 집돌이에게는 집돌이의 생리나 습성이 있다. 밖에 나가는건 귀찮고, 그런데 정작 나가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고. 먼저 연락하지는 않지만, 연락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연락 자체를 싫어하지는 않는.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동안 그런 나를 좀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 주변에는, 이렇게나 내향적이고 이렇게나 집에 틀어박히기 좋아하는 나에겐 고맙게도, 정반대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먼저 불러주고 먼저 연락하고 덕분에 아직까지 몇년을 만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에게 고마웠고, 조금 존경스럽기도 했고, 나도 그들을 닮아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꼭 그럴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 자신도 충분하다. 나에게 과분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 사람들이라도 잘 챙기며 살아야겠다. 그러기에도 내 '대외적' 역량은 부족하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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