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티드(The Departed)

 

 

   대작 영화였던 홍콩느와르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영화다. 모든 설정은 미국에 걸맞게 고쳐졌고, 그 뿌리에 있는 감성도 할리우드에 걸맞게, 아메리카 스타일로 잘 고쳐졌다. 홍콩경찰은 주경찰으로, 삼합회는 갱단으로 그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영화는 여전히 갱단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경찰에 들어온 콜린과, 경찰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갱단에 들어가게 된 코스티건에 대한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한침처럼 이들을 뒤흔들어놓는 인물로서 갱단의 코스텔로같은 인물도 여전히 등장한다. 세세한 부분이나 결말 등에서 약간의 수정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플롯만을 뽑아놓고나면 디파티드와 무간도는 거의 똑같은 영화다.

 

   그러나 무간도에 대한 글에서 논한 바와 같이, 디파티드는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됐다. 사실 무간도는 화끈한 액션씬이 주라기 보다는 둘이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을, '무간지옥'이라는 굉장히 동양적인 소재, '홍콩'이라는 굉장히 독특한 풍경 속에서 그렸내기 때문에 가능한 영화였고, 이를 할리우드에서 재현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일단 그 정서 자체가 굉장히 동양적인 것으로 그려졌고, 이는 화끈한 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한 점을 감안해서인지 감독은 이 영화를 완벽하게 화끈하게 만들어냈다. 영화 속에서 복잡한 심리묘사나 인물의 복잡한 관계, 갈등을 서술하고 보여주는데 정성을 다했던 원작과 달리, 이 영화는 철저하게 느와르적인 이야기를 쫓아가는데 주력하며, 그 과정에서 무간도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잔혹성을 가득 담아냈다. 그렇기 때문에 두 영화는 같은 이야기지만, 영화 자체의 호불호는 극단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둘은 완전히 다른 영화인 셈이다.

 

   사실 무간도는 유건명을 명확한 악역으로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 유건명이라는 인물은 진영인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고, 그 역시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인물으로서 고통받는 사람의 하나였다. 영화의 논조랄까, 서술하는 바는 유건명도 한 명의 '지옥으로 떨어진' 희생자라는 거였다. 조금 기괴한 희생자. 그에 비해 이 영화 속에서 유건명의 역할을 하고 있는 콜린은 완전한 악역으로 그려진다. 사실 악역이라기 보다는 굉장히 얄미운 캐릭터로 그려지고, 권력만을 쫓는데다 주변사람들을 무시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하는 그런 인물. 그러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악역'다워진다. 이 영화의 감초는 진영인보다도 유건명이었는데 그 역할을 하는 콜린의 캐릭터가 완전히 바뀌었다. 무간도의 리메이크작이지만 정작 그 팬들에게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는데, 아마도 콜린의 캐릭터성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마지막에, 원작에서라면 유건명은 살아남고 진영인은 죽으며, 유건명은 자신을 도와준 스파이에게 총을 쏴 자신의 자리를 영원히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동시에 무간지옥으로 떨어진다, 라는, 사실상 무간도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더욱 크게 드러난다. 디파티드에서는 무간도와 달리 경찰관이 자신을 도와주러 왔을 때(그가 스파이인줄 모르고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며 코스티건을 쏠 것을 요구한다. 유건명은 오히려 그 경찰관이 진영인을 쐈을 때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멍한 표정이 되었고, 이게 사실 유건명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 디파티드에서는 콜린을 훨씬 직선적이고 직관적인 인물상으로 그려냈다. 물론 이게 굉장히 아메리카 스타일에 걸맞고, 시원시원한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무간도 특유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는건 많은 무간도 팬들에겐 아쉬움을 남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이 영화는 거의 스토리가 그대로 일치하는 수준인데, 결말은 완전히 다르다. 결말에서 유건명은 살아남음으로써 무간지옥에 떨어지고, 그 바로 뒤에 초반의 무간지옥에 대한 설명에 바로 이어졌던 장면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무간도'라는 제목의 의미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그에 비해 '고인'을 의미하는 Departed는, 그들이 사회적으로 '죽어있음'(정확히는 그들의 진짜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죽어있음)을 드러내는 것이지만, 결국 모든 인물을 죽이고 끝난다는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의미로 제목의 의미를 인상적으로 보여주었다. 유건명과 달리, 콜린은 딕넘에게 총을 맞고 목숨을 잃는다. 그럼으로써 콜린은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대신, 진짜 지옥으로 '도피한' 셈이 됐다. 적어도 유건명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말이다. 무엇이 더 좋은 결말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나는 무간도에 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두 영화 중 어느 영화가 더 '우수'하냐고 묻는다면, 명확히 답할 자신은 없다. 두 영화는 거의 완전히 다른 영화다. 한 영화는 정말 헐리우드스럽고, 하나는 정말 홍콩스러운 영화이므로.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영화/미국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