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Prototype ~창은의 프래그먼츠~ 2권

 

 

0.

   표지에 내세웠듯이, 이번 편의 주인공은, 1권에서 '어느 정도 교류가 있다'라고 표현된 레이로칸 가문의 딸, 레이로칸 미사야다. 흑마술의 귀재. 사죠 마나카가 워낙 자질이 뛰어나서(사실은 뛰어나다는 말이 무색할정도로... 사실상 지금까지 나스월드에 나왔던 어떤 마술사들보다도 우월해서) 그에 비교하면 범재인 것처럼 보이지만, 소설 속의 표현을 보면 자신의 아버지를 능가하는 마술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이런 미사야와 그 아버지의 모습은, (사회적으로 교류한다는 점에서는 아니지만) 여러 유형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성배전쟁 아래에서 얼마 안되는 전통적인 마술사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본래의 페이트 시리즈의 토오사카 가문의 원형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뛰어난 인재이고, 가문이 지역의 유력가이며, 아버지가 앞선 성배전쟁을 통해 목숨을 잃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심지어 아버지의 죽음이 믿었던 이의 배신에 의한 것이라는 점까지도.

 

1.

   이번 편의 이야기를 요약해보자면.

 

 

앞이 1991년의 레이로칸 미사야. 뒤편의 남자가 1차 성배전쟁(도쿄)의 캐스터. 반 호엔하임 파라켈수스.

 

 

   지역의 유력가이자 극동의 마술사 가문, 레이로칸 가문은 성배전쟁에의 참전을 선언한다. 레이로칸의 당주는 가족과 하인을 포함한 모든 집안 사람들을 집 밖으로 대피시키지만, 자질이 뛰어난 자신의 딸만큼은 성배전쟁을 함께 하기로 한다. 이것이 자신의 딸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그렇게 당주가 소환한 서번트는, 캐스터-진명 반 호엔하임 파라켈수스, '아조트 검'의 창시자였다. 모든 마술사들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를 서번트로 삼게된 레이로칸 부녀는, 자신들의 승리를 예견한다. 그러나 그들의 앞에 나타난 세이버와 그의 마스터, 사죠 마나카. 캐스터의 '신전'을 어떻게 뚫고 들어왔는가에 당황하고 있는 찰나, 파라켈수스가 마나카의 등 뒤에서 나타나는데-.

 

2.

   이번 편의 주인공은 앞서 말했듯이 레이로칸 미사야이고, 메인 서번트라고 할 만한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의 서번트, 파라켈수스다. 2권에 이르러 1권에서 "이게 뭐지...?"싶었던 부분이 더욱 심해지는데, 지금까지의 페이트 시리즈의 전통을 이어받기라도 하듯이 온갖 배신과 비극의 연속이 시작되는 것이다. 인격자, 자신의 후예를 자애로 대하는 자, 지기(知己)인줄 알았던 파라켈수스는 근원에 도달한 사죠 마나카에 대한 존경심을 이유로 자신의 마스터인 레이로칸의 당주를 배신한다. 옛날에도 그래왔고, 현재에도 변하지 않는 사실, "마술사에겐 진정한 친구가 없다"라는 변명같은 이유를 남기고서.

 

   어리지만 조숙한 마나카가 자신의 아버지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그 가운데 캐스터(그리고 세이버)와 인연을 맺는 모습은 꽤나 흐뭇한 종류의 것이다. 2권에서는 그런 미사야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마나카의 존재를 잊고 있을 무렵, 갑자기 난입한 마나카와 캐스터에 의해 레이로칸 가문은 리타이어된다. 나무위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유열'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하는데, 어쨌거나 그렇게 아버지를 잃고 결국 저주까지 걸린 미사야의 모습은 말 그대로 비극 그 자체다. 그리고 아무래도 창은의 프래그먼츠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유열의 뿌리가 바로 이 캐스터인 모양... 이게 무슨 인격자야...

 

3.

   몇 권으로 완결될지는 모르겠지만, 성배전쟁 자체는 어느 정도 종막에 이르렀다. 아처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서번트가 마나카에 동조하고 있거나, 이미 리타이어 된 상황. 페이트/스테이 나이트나 페이트/제로에서 보여준 모습과 달리 이번 성배전쟁은 말 그대로 개판인데.. 뭔가 박빙이다, 서로 치열하게 경합한다라는 느낌이 없다. 마술사와 가장 거리가 멀었던 캐스터, 최약체로 여겨졌던 라이더와 끝까지 치열하게 다퉜던 FSN 등과 비교해보면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이유는 두 가지일텐데, 일단 가장 큰건 현실적인 이유로, 아마 1권 리뷰에서도 언급했던 '잡지연재'라는 양식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분량을 조절하면서 전투씬이 거의 다 짤려나가고, 세이버가(또는 마나카가) 이겼슴다 정도의 결론을 듣는 장면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금까지의 시리즈가 대개 어느 정도 파워 밸런스가 있거나, 엄청나게 강한 인물이 있어도 거기에 대항할만한 인물은 있었던 것과 달리 창은의 프래그먼츠에서는 마나카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적수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사실 스포일러로 뒷 내용을 조금 알고 있는데... 아마도 이야기의 중심은 모두가 예상하고 있는대로 세이버와 마나카 사이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권에서 세이버가 마나카에게 말을 건네면서, 자신의 말이 마나카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그녀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라는 것을 통감하고 있는 장면이 드문 드문 나왔는데, 이러한 '균열'은 아마 종막에 이르러서는 분명한 모습을 갖추고 마나카의 진영을 덮칠 것이다. 그 뒷배경이 다르기는 하지만, 페이트/제로에서 주인공이었던 에미야 키리츠구와 세이버 진영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얼추 이야기의 흐름이 보일 것도 같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의 이야기 구성을 보면(그리고 3권에서 라이더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다뤄진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오히려 지금까지의 그 어떤 작품보다도 다른 마스터와 서번트에게 분량을 할애할 것 같기도 하다. 1권에선 세이버, 2권에선 캐스터, 3권에선 라이더, 이런 순으로. 어쨌든 본격적인 이야기는 3권부터이고, 그 전까지는 기존의 작품과 다른 느낌(타입문에서도, 사쿠라이 히카루 본인에게도 그렇다고 한다)이 계속된다고 하니, 다음 권을 기약해봐야할듯 하다. 아직까지는 내용 면에서 전반적으로 soso.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작품이란 느낌이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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