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라기월드 (2015)

 

 

왈드클라-쓰 테크-놀로지의 향연인 공룡세상을 봤습니다. 역시 왈드클라-쓰는 다르네요 왈드클라-쓰는.

 

1.

   아주 어릴적에 쥬라기공원을 봤던 기억이 나는데, 도통 그것이 몇 편인지를 모르겠다. 내용도 잘 기억이 안나고, 어두운 배경에 티라노사우르스(티렉스!)를 피해 뛰어가는 사람들을 본 것같다. 집에서, 지금은 없어진 '비디오테크'라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로 빌려봤던 기억이 난다. 덕분에 더더욱 내가 본 것은 몇 편인지 모르겠다. 재밌게 봤던 기억도 있고 한동안 공룡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그런 공룡은 귀엽기보다는 무섭다, 흉측하다같은 생각이 먼저 드는 나이가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솔직히 처음에는 그다지 끌리지는 않았던 영화.

 

2.

   스토리는 지나칠 정도로 단순하다. 새로운 공룡은 아니나 다를까 사고를 쳐서 우리(?)를 탈출하고, 탈출한 공룡으로 인해 테마파크는 난장판이 되고, 사람들은 죽어나고, 영웅적인 주인공이 나타나서 그들에 맞서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람들도 선역과 악역이 확실하고, 악역은 대체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할 뿐 그 뒤를 걱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닮았다. 오히려 영화의 주안점은 CG기술에 있지않나 싶을 정도다. 영화 속에 그려질 정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맞는 표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놀라우리만치 사실적이다. 공룡의 모습은 상당한 위압감을 준다. 그런 공룡을 구경하는 재미는 쏠쏠하다. 우리가 마치 동물원에 어떤 재미를 느끼려고 가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다. 우리는 동물원에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러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토리는 굉장히 애매하다. 솔직히 말하면 성인이 즐길만한 스토리라기 보다는, 만화로 나와서 아이들과 함께보면 좋을 것 같은 이야기다(그렇다고 스토리가 엄청나게 유치하거나 한 종류의 것은 아니지만). 그런데 CG기술의 향연 속에 공룡이 인간을 습격하는 장면은 하나같이 섬뜩하고, 그를 넘어서 잔인하다. 뜯어먹히고, 피바다가 되고, 그런 장면이 반복된다. 그런 의미에서 결코 아이들과 함께 보고싶지는 않은 영화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포지셔닝이 조금 애매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는 장면이 있었을 정도니까.

 

3.

   어디선가 그런 평론을 봤는데, 이 영화는 지극히 미국적인 코드로 가득하다는 이야기였다. 맞는 말이다. 미국영화에서 자주 볼만한 여러가지 코드가 나오고, 그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독특하지만 무능한 회장, 유능하지만 성격이나 사상이 배려먹은 인간, 유능하지만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들이 연거푸 나온다. 결국 아무리 첨단 기술을 동원해도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이들은 우리의 타깃(여기에서는 인도미누스 렉스)을 넘어설 수 없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교감이나 영화의 전반에 아주 옅게 흩뿌려져있는 가족애적 코드 역시 그렇다. 말 그대로 '미국 공상과학 액션영화'의 전형이다.

 

   나쁜 의미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고, 어쨌든 상영시간 동안 스토리에 의구심만 품지 않는다면(혹은 의구심을 품지 않는데에 성공한다면) 익숙한데서 느껴지는 편안함같은 것도 있다. 어쨌든 공룡은 멋있고, 어쨌든 어릴 때 쥬라기공원 세대라고 부르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어쨌든 그런걸 좋아라하면서 자랐으니 그리운 느낌도 없지않아 있는것도 사실이다. 거기다 으레 이런 영화가 그렇듯이, 우리 인간의 무력함을 새삼 곱씹어볼 수 있는 영화다. 공룡이라는 존재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너무나도 무력하다. 비록 이번 영화에서는 그 상대가 진짜 공룡이 아닌 일종의 키메라 괴물인 '인노미누스렉스'라는 녀석이었지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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