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긴 글, 블로그, 칼럼니스트

1.

   내 글은 너무 길다.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중학교 때, 아니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무조건 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표현, 압축적이고 간결한 표현보다는 장황하고 있어보이는 표현, 긴 글을 선호했다. 그나마 그 습관을 조금이라도 정리할 수 있었던건 대입논술을 준비할 때, 간결체로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면서였다(정작 논술은 내 대입과 전혀 무관했다). 그럼에도 내 글은 대체로 너무 길다. 호흡도 길지만 글이 전체적인 길이가 너무 길다. 숨이 막힌다. 그래서일까. 나 스스로도 내 글을 차분하게 다시 읽어보는 경우가 점점 드물어진다.


   좋은 글이라 함은 역시 잘 정돈된 생각을 잘 정돈된 표현으로 써내려간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의 좋은 글에는 내 글이 포함될 여지가 없다. 내 글은 언제나 투박했다.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보던, '의식의 흐름'이라는 기법과 비슷할 정도였다. 언제나 글은 즉흥적으로 썼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다보니 잔가지가 너무 많아진다. 이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해봤던 적도 있다. 지금은 사실상 반쯤 포기 상태다.


   그렇다보니 완성된 글은 대체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딘가에 출품하거나 기고한 글들은 대개 내 블로그에 있는 글보다 좋다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여러번 거듭 다시 읽어보고 퇴고하기 때문이리라. 블로그에 그 정도의 정성이 없는 것, 이라고 하면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그게 사실이다. 내 블로그는 어디까지나 내 연습장같은 느낌이고, 어딘가에 건네준 글은 그래도 양심상 한 번은 더 봐야겠지 않나 싶은 생각. 새삼 다시 글을 쓰려고 마음을 가다듬고 있는 입장에서 조금 미묘한 문제다. 글을 잘 쓰지 못하다보니, 짧게 줄이려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다 하자니 너무 길어져서 글의 피로도만 높아지는 것 같다.


2. 

   그렇다. 다시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그런 글을 너무 자주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하지만, 어쨌든 그것 또한 사실이다. 매번 대충 한 번 해보고 끝나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에는 조금 진지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달려들고 싶다. 물론 그러기엔 시간이 많지 않다. 아르바이트로 바쁜 날도 있을거고 이런 저런 일로 퇴근이 늦어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매너리즘에 빠진 내 글을 구출해낼 방법은 역시 그것 밖에는 없을 것 같다.


3.

   칼럼니스트라는 직업이 있다. 나는 평생동안 글을 좋아했지만 동시에 평생동안 글로 먹고 살기를 상상해본 적도 없다. 그 첫번 째 이유는 글로 먹고 살기에 내 글이 너무 한심했다는 것이고, 두번째로는 글쓰는 것 말고 다른 나의 한 꿈을 안고 계속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든 것에서 멀어진 지금, 내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글이다. 조금 진지하게 이 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망상도 해본다. 물론 그렇게 하기에는 내 글이, 역시 너무 부족하겠지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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