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자카 히로시, <All you need is kill>



정말 오랜만에 본 라이트노블...이라는 소리는 어째 요즘 라이트노블 리뷰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원작 소설인 사쿠라자카 히로시의 <All You Need Is Kill>입니다.



줄거리를 요약해보자면, UDF의 신병 키리야 케이지가 '계속해서 반복되는 전장'을 뚫고 살아남는가, 아니면 죽는가, 아니면 이 루프를 빠져나가는가를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 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SF와 판타지적인 성격을 모두 겸비하고 있고(물론 그 판타지적인 성격은 SF적 요소로 덮으려고 하는 것 같지만..) 또 실제로 얇은 단권 라이트노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SF적인 색채도 짙고 나름 갖출 요소는 잘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느 라이트노블답게 보이밋걸같은 느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서 중간부터는 키리야 케이지와 리타 브라타스키의 연애담같은 이야기로 넘어가긴 합니다만...



꽤 오래전부터 눈여겨봐오던 작품이긴 한데, 실제로 읽은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나서였군요. 제가 처음 라이트노블을 모으기 시작해서 한창 많이 살 즈음부터 동네 서점에 꽂혀있던 책이었고, 아무래도 길게 늘어지는 소설보다는 짧은 단권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눈여겨보긴 했지만 당시 찐하기 그지없었던 덕심을 채워줄 작품들을 우선시하다보니(...) 자연스레 구입 우선순위가 뒤로 밀려서 구입하지도 않고 방치해놓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해서 읽었습니다.


결국 이야기의 골자는 키리야 케이지가 타임루프에 빠지고, 그 원인을 쫓아가면서 점점 더 강해지는 이야기인데... 일단 '기타이' 앞에서 맥을 못추던 주인공이 점점 강해져서 나중에는 아예 썰고다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타임루프라서 '육체의 성장/발달'은 전혀 없는 가운데 순전히 실력의 성장만으로 말이죠. 한 편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리타 브라타스키는, 아무래도 단권의 한계상 그 뒷배경을 세세히 풀어놓지는 못했지만, 흔히 생각해는 그런 '전투로봇'같은 게 아니고 의외로 그 나이에 걸맞는 여성이구나...라는걸 중간부터 계속해서 어필합니다. 결국 캐릭터성짙은 라이트노블은 라이트노블이구나... 싶은 부분입니다.


사실 이렇게 플롯만 적기에 아쉬운게... 이 소설은 어떠어떠한 스토리다. 라는게 중요하기보다는 그 과정을 서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야깁니다. 어리버리한 신병이 어떻게 전장에 익숙해지는가, 그가 타임루프를 벗어나기 위해서 무엇을 하는가, 그는 타임루프 속에서 어떤 고통과 경험을 하는가.. 그런게 잘 드러나있습니다. 플롯이나 소설의 구조, 스토리보다도 그 과정 자체에 빠져서 계속 읽게되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평행우주'니 뭐니 하면서 우리가 많이 생각해본 아이디어가 아닌가 합니다. 내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할 때, 또는 그 선택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과연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이 사람은 어떻게 반응했고, 이 일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하는 생각 맒이죠. 이 소설은 그런 면을 잘 보여줍니다. 이 소설에서 타임루프하는 것은 '본인' 뿐입니다. 키리야 케이지와 리타 브라타스키 모두 타임루프를 하지만 둘의 기억과 시간이 공유된 상태로 루프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는 각자의 시간을 반복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인 케이지가 말을 거느냐 마느냐, 어떤 표정을 짓느냐,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서(물론 기타이 서버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 그리고 반복되는 72시간의 내용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겁니다.


과연 그런 세상을 경험한다면 어떨까요. 처음엔 꽤 재밌고 신기한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건, 같은 선택을 할 때는 1%의 오차도 없는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고, 그 반복의 끝은 항상 '죽음'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결코 유쾌한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이 소설에서 강하게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것은 '끔찍한' 기억이라고 부르는게 맞으리라고 봅니다. 



여튼간에 최종 소감은... <크리스 크로스>를 읽었던 때와 비슷한데, 참 좋은 소설인데 시대가 지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나온지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참신함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래도 좋은 소설이라는 데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 영화도 기회되면 꼭 보고 싶네요!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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