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자,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 저번에 <메멘토모리>를 리뷰하면서  해당 책의 저자인 보르자의 책을 왕창 사재기 해놨는데 이거 취향에 다 맞을지 걱정이다...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자! 그 스타트를 끊는 소설으로 단권짜리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를 읽어 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읽은 라이트노벨인데... 다른 책들 읽다가 오랜만에 라이트노벨을 읽어보니 정말로 라이트하긴 하군요. 생각봅다 훨씬 금방 읽었습니다. 사실은 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를 보다가 중간 중간 읽었습니다. 사실 제가 메멘토모리를 막 샀을 때만 해도 그렇게 많은 서평이 올라오지 않은 시점이었고, 사실 전작들 <그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이하 '그짓말')나 <노벨 배틀러>에 비해서는 조금 아쉽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었기 때문에... 메멘토 모리를 괜찮게 읽었던 저로서는 꽤 기대를 하고 읽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었달까. 치밀하고 기분좋은 반전... 이라는 평가가 많았는데 툭 까놓고 말하자면 뭐, 반전이긴 했지만 지금까지 느껴왔던 반전 중에 그렇게 기억에 크게 남을 정도로 충격적인 반전인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재미는 있었지만.


일단 캐릭터 이야기부터 해봅시다. '파더'는 아예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인물이고(개 중 한 명이라고 나오긴 하지만 말하는 것 부터가 계속 그 사람은 아니었다는 투고) 아무래도 주가 되는 인물은 영희와 철수이고 그 외에 바셀린, 춥스, 오라클, 델몬트 정도입니다. 뭐 그 외에 얄미운 지부장이라던가 철저한 개그캐릭터인 선도부원들이 나오긴 하지만... 저기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단연 영희...라는건 주인공 보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막바지로 달리면 격하게 '학원 청춘 러브코미디물!'이라는 느낌으로 캐릭터가 변하다보니.. 


그 외에서 골라보자면 남자로는 철수보다는 오라클이었고, 여자 캐릭터로는 춥스가 있었겠네요. 결국 개인의 사정에 따라 팀에 참여해서 만난 사이..라는 설정이고 실제로 그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도 않지만, 캐릭터는 나름 매력적이고 개성을 잘 갖췄습니다. 다만 한 권이라는 분량 속에서, 한 마디로 판이 작아서 다 보여주지 못했을 뿐이지.


그러나 말했듯이 마지막에 격하게 학원 청춘 러브코미디물! 이라고 변하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이게 어딜 봐서 청춘 러브코미디물이야??" 싶습니다. 기본적으로 러브는 챙기고 가는게 대부분이었던 라이트노벨에 있어서 이것도 컬쳐쇼크라면 컬쳐쇼크이긴 합니다만... 


배경 문제에 있어서 이글루스의 standaloner님이 내린 평가는 '굳이 고등학생이어야 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의 성인지향'이었는데... 저도 기본적으로 공감합니다. 특수한 '커뮤니티 스쿨'을 설정하고 그 안에서 선도청이나 선도부니 교무부니 하는 체계를 갖춘게 기본 설정.


읽으면서 설정덕후인 저로서도 매력적이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학원물이라는 장르에 끼워 맞추기 위해서 배경이 학교가 되었다는 느낌은 여전히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굳이 학교, 학생을 배경으로 해야했을까? 라는 느낌이긴 합니다. 물론 주 독자층을 10대~20대 정도로 노리고 썼다는 느낌이 짙기 때문에(애초에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가 그 나이대를 노리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지나친 비판 의식 이야기는 보르자의 소설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가 꼰대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누구나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보르자의 소설을 읽다보면(이라고 해봤자 이게 2번째이긴 합니다만) 현재의 사회와 성인 세계에 대한 지나친 비판 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뭔가 좀 불편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이번에는 비교적 가벼운 분위기로 일관하는 소설이라 메멘토모리보다는 훨씬 덜했지만, 그래도 뭔가 좀 아프긴 했습니다. 그게 뜨끔한 아픔은 아니고, 그냥 독자로서 가지는 불편함.. 정도.


결론만 말하자면 저자가 책의 가격과 읽는데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는데 소기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한 것 같습니다. 충분히 재미있고 국산 라이트노벨 중에서는 손에 꼽을만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보르자라는 작가의 책은 이제 겨우 두 번째이지만 확실히 뛰어난 필력과 스토리 플롯 짜는 능력을 가진 것 같습니다. 근데 한 편으로는 플롯에 비해 스토리 진행이 조금은 거칠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나쁘다는 건 아니고, 그냥 더 다듬으면 더더욱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입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말했지만 세간(?)에서의 평가처럼 "엄청난 반전! 엄청난 재미!"라고 하기에는 뭔가 조금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참신한 반전? 참신한 플롯? 이라고 하기에는... 반전을 넘어가면서 제가 든 생각은 "그런가보다.." 정도였거든요. 물론 반전은 이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이고 또 훌륭하기도 합니다. 세간에 대개 좋은 평가들이 많다보니 삐뚤어진 성격으로 -_ 살짝 나쁜 면이나 실망했던 부분을 들춰내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습니다!


10점 만점으로 하자면 8점 이상 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서평/소설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