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써라

글을 멀리하게 된 것은 왜일까. 어느새 글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나에겐 어색한 일이 되버렸다. 입대하고 나서는 계속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도 그랬지만 나 혼자서 쓰는 글은 더욱 심했다. 그다지 일기를 꾸준히 써온 사람은 아니지만 일기쓰기도 얼마전에 다시 시작하기 전까지 근 1년을 멈췄다. 입대한지 9개월이 조금 더 지났지만 내 일상은 그렇게 변했다. 긍정적인 변화든 아니든, 나는 軍이라는 조직에 나름 익숙해졌고 잘 적응했나보다.


핑계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쁘다. 바빠서 글을 읽을 여유가 없다. 쓸 시간은 더더욱 없고. 얼마 안되는 자유시간은 체력회복을 위해 모조리 투자하는 기분이다. 거의 잔다. 일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기분. 고백하건대 글만 멀리한건 아니다. 내가 그동안 친해왔던 많은 것을 멀리해왔다. 거기에는 글, 영화를 비롯해 많은게 있다. 블로그도 그 중 하나였다. 사실 내 블로그라고 한다면 글을 쓰는 곳일 뿐이었으니 글을 멀리했다고 하면 블로그를 멀리했다는건 말할 것도 없으리라.


얼마전에 페이스북에서 그런 글을 봤다. "매일 글을 써라." 자세히는 이런 내용이었다. '책벌레' 페이지의 <후회없는 삶을 사는 10계명> 중에서.


5. 매일 밤 글을 써라
하루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위대한 침묵을 통해 자기 반성을 하고 그 느낌을 글로 쓴다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그 글을 보고, 문득, 글을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제 충동적으로 쓴 글이, 겨우 서평이었다(서평을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결국 나란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은 딱 그 정도라는 느낌. 어느 순간부터 독서도 나에게 부담이 되어버렸다는 기분이다. 독서를 즐겁게 하고 그 즐거움을 남기려고 시작했던 서평인데 어느 순간 독서는 서평 하나를 더 쓰기 위한 행위가 되어버렸다고 할까. 블로그에 빠진 순간부터 그랬다. 일상을 블로그 중심으로 돌리다보니까, 뭔가를 하면서 이걸 하고 나면 블로그에 글을 하나 더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지금에 와서, 블로그를 이렇게나 멀리하게 되었는데도, 그런 습관은 남아있는 모양이다. 


사실 글을 쓰기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게 남는다는 이유때문일 터다. 블로그에도 썼는지, 안썼는지 모르겠지만 내게 글이나 기록은 일종의 소유욕의 대상이었다. 아니, 대상이어왔다. 뭔가를 기록하고 그 기록들을 쌓아간다고 하는 행위에 매력을 느꼈다. 내 블로그의 시작은 거기에 있었고, 매일 매일은 아니지만 틈틈이 기록했던 일기들에도 그런 의미가 있었다. 지금에와서 다시 일기를 시작하는 데에도, 얼마전에 아이패드에 무료앱으로 떴길래 깔았던 Dayone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다시 그런 '기록에 대한 소유욕'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오래가지는 못하겠지만.


하지만, 어찌됐든, 글을 쓴다고 하는 행위는 소중한 것 같다. 내가 위에서 인용한 말처럼 거창한 수사들은 필요없다(위대한 침묵, 자기 반성, 이런 거창한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얼마전에 읽었던 <스튜디오 지브리 현장 스토리 - 일은 도락이다>에 나오는 이야기 중에 그런게 있다. 자신은 절대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정말 중요한 일은 기억에 남고, 기억에 남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굳이 기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그것도 일견 맞는 말이긴 하다. 우리가 기록을 필요로 할 때는 태반이 기억에 없는 것, 매우 사소한 것에 대한 일일 때가 많다. 사소하니 기억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일기조차도 쓰지 않는다는 저자 앞에서,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위에서 인용했던 말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기록의 중요성을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매일 짧은 글이라도 한 편씩 쓰는 것은 참 소중한 일이 아닐까?(그 자리에서 찢어 없애버릴 지언정 말이다) 그런 생각에서 나도 다시 한 번 글에 뛰어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단 한번도 직업적인 글쓰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철저하게 아마추어적인 글쓰기로. 유시민 씨가, 그의 저서에서 밝혔던 그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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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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