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트런드 러셀,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트위터로 알게 됐던 분(ㅋㅋㅋ)에게 추천받아 읽었던 책. 정확히는 추천받아서 사놓고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그도 그럴게 재수할 때는 책 읽을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군대에 와서야 겨우 다 읽은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분명 좋은 채깅긴 했지만 나 스스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책이기도 하다. 물론 내가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에 내성이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분야에 관심도 많고 애정도 많아 관련된 책을 술술 잘 읽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런 내 스스로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책이었다. 보통 이런 책 한 번 잡으면 한동안은 계속 소설만 읽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의 내용을 완전히 한 문자응로 압축하자면,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 충동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두 제목 모두 맞다. 이 책의 내용은 <왜 사람들은 싸우는가?>에 대한 버트런드 러셀의 대답임과 동시에, 그가 제안하는 각 분야별의 <행복한 사회 재건의 원칙>이기도 하다. 그의 관점은 인간의 본성이자 모든 행동의 주요한 근원을 충동이라는 것이다. 책의 주요한 내용은 그러한 충동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한가지 인상깊은 점은 버트런드 러셀이 이러한 충동을 결코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개 충동, 이라는 단어에는 긍정적인 뉘앙스가 들어있지 않음에도, 버트런드 러셀은 이러한 충동이야말로 사회의 활력을 유지하는 근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은 틀리지 않다. 충동은 대개 즐거움, 쾌락을 지향하는데, 그러한 충동이 완전히 억압되는 사회는 이상적일지언정 행복한 사회라고는 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거듭 생각한 부분이지만, 사상가들이 꿈꾼 이상사회와 진짜 행복한 사회는 어쩌면 딴판일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은 한 편의 글로 "네, 이런 책입니다." 하고 끝내기에는 그 양이 너무 방대하다. 결코 두꺼운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동시에 내가 이 책을 한 편의 글로 압축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도 없을터다. 기회가 되면 꼭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거듭했다. 한편 나름 정치학도라고 말하는 나의 얕음도 분명하게 알았고. 뭐, 사실 정치학도래봤자 1학기 공부한, 초짜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사람이지만.


논외로, 버트런드 러셀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는, 책을 읽으면서 자꾸 21세기 전에 쓴 책이라는 점을 놓치게 된다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관점, 그의 문제제기, 그의 해답은 2014년 현재까지도 분명히 유효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때로부터(20세기 초의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이다) 100여년 동안 아무런 성장도 하지 못한 것인가.. 하는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이런 책들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물론 그 때보다는 더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내용의 강연이 진행되면서도 한 쪽에서는 결국 세계2차대전이 발발했고, 그 이후에도 크고 많은 전쟁은 끊이질 않았다. 인간은 진화하는가. 인간은 분명히 발전선상을 걷고 있는가? 거기에 대해서 나는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 속도가 과연 충분히 빠른가에 대해서는 회의를 품을 수 밖에 없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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