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2013)



짠! 명왕성 등장. 군대 가기 전부터 보고 싶었던 작품이니 결국은 이뤄냈다.. 싶은 작품. 명왕성입니다. 사실 영화의 느낌은(말 그대로 느낌만) KBS 드라마 스페셜로 방영된 바 있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랑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학교라는 배경이 그랬고, 학교폭력이 소재가 된다는 것도 그렇고(물론 화이트크리스마스는 명왕성만큼 대놓고 학교폭력을 소재로 삼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설정 자체가 좀 비슷하잖아요. 초 엘리트만을 위한 학교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라는 점에서. 물론 그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좋을 정도지만.


이런 설정은 참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를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초반부에는 영화에 그렇게 몰입을 하지 못해서, 왜 학교라는 소재가 자꾸 영화에서 이렇게 이용되는 것이고 또 저는 왜 그 소재를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학교라는 소재는 여러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일단 외부 사회와는 다른 학교라는 사회가 가지는 폐쇄성, 그리고 그 폐쇄성이 가지고 있는 룰이 존재한다는 점이 있겠죠. 그리고 우리나라의 입시 현실을 거기에 더하면 '겉으로는 정상적인 사람이 내부로는 망가져가는' 상황을 묘사해내기에도 적합합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는 논외로 따지더라도 말입니다. 대부분 학교의 이런 성질이 필요한건지 어떤건지 '천재 엘리트이지만 뭔가 인간성에 한 부분씩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다니는 학교'를 소재로 써먹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 영화 속에서 그런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세영고이고, 그런 세영고의 성질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곳이 바로 일종의 우열반인 <진학재>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네이버에서 검색해봤더니 이 영화에 대한 평가중에 과장된 학교폭력에 대한 비판..이라는 말이 있던데..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애초에 설정부터 극도로 과장된 학교이니만큼(물론 제가 일반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그에 대한 비판 역시 조금은 과장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서울대 대기1번에게 물어보겠다고 한 대목은 당황스러울 정도였어요. 청개구리 마인드로 "쟤한테 추가합격만 약속해주면 다 살릴 수 있다는거 아니야??"하는 생각도 들고..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라지만, 아니 이기적으로 생각하더라도 그 뒤 스포트라이트가 자기에게 주목될게 뻔한 상황에서 과연 대기1번이 그렇게 시크하게 전화를 끊어버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에서 살펴보자면 이 장면은 없어도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조금은 뜬금없는 장면이었네요. 영화가 가진 메시지를 띄워주려고 했던 장치라는건 알겠는데... 음.


사실 여러모로 잘 키워나가면 좀 더 밝은 작품이 될 수도 있었는데, 영화는 사정없이 배드엔드로 끝나는 것 같네요. 어쨌든 마지막엔 다 터뜨리고 끝! 이라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영화 외에서 생각해보자면, 과연 저라면 어땠을까.. 싶네요. 학교가 그 자체만의 룰을 가지고 있는 폐쇄적 사회라고 말했는데, 그게 기숙형 학교에서는 더 심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물론 사람이 사는 곳이다보니 여러가지 평가 척도가 적용되지만 무엇보다 우선되는 평가척도는 공부, 즉 성적이기 마련입니다. 그걸 극단적으로 가오하시킨 곳이 세영고였고, 실제로 세영고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에 준하는 학교가 또 있을 수도 있죠. 이건 입시 위주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영화와 상관은 없는 이야기지만, 과연 세영고 같은 학교가 좋은 학교일까요. 과연 그런 학교에서 공부를 해서 좋은 학교를 간다고한들 무엇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게 사실이거든요.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같은 학교에 들어간 아이를 두고 봤을 때 저런 학교 출신은 진학한 학교가 서울대로 대표되는 최상위 학교가 아닌 이상 중위권 또는 하위권이기 마련인데 반해 일반계에선 상위권 또는 최상위권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겪어봐야아는 일이겠지만 기왕이면 패배보다는 승리한 경험이 많은 쪽이, 아이에게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성적이라는 척도로 모든걸 평가하는 시스템 자체가 문제이긴 하지만요.


영화는 포스터가 드러내고 있는 것만큼이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덕분에 각본적 재미는 조금 떨어지는 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치밀한 스토리라거나 입체적인 스토리는 아닙니다. 그런 점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작품이겠네요. 굉장히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학교폭력, 그리고 성적 위주의 붕괴되어가는 교육/학교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결국 주인공인 김준의 복수극이라는 결말로 끝이 납니다. 굉장히 권선징악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씁쓸한 이야기죠. 결국 모두를 죽이고, 나도 죽는다, 라는, 뭐 그런 스토리가 되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극본은 조금 더 길게, 찬찬히 풀어가야했던 스토리였다고 봅니다. 애초에 주목받는 캐릭터가 김준, 유진 테일러, 정수진 정도지만, 못해도 8부작 정도 되는 정도의 분량을 확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더라면 훨씬 입체적이고 좋은 작품이 되었을거라고 생각해요. 120분이 채 못되는 분량은 <명왕성>이라는 시나리오를 다 풀어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도 잘 있다가 갑자기 죽어버린 유진 테일러라던가, 역시 갑자기 쓰러져버린 정수진이라거나, 조금 아쉬웠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메시지에 치중하고 있는 정도를 조금은 줄였더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해요. 한 선생님의 차가 불타버렸을 때 일을 덮으려는 학교 측의 입장 등은 메시지를 보여주는데 적절하면서도 진부한 소재였고, 실제로 그런 부분이 여러 곳에서 눈에 띄는데, 그런 장면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김준, 유진 테일러, 정수진, 그리고 그 외에 진학재의 여러 멤버들을 비롯 매력있을 수 있었던(그 매력이 인간적 매력이든 뒷이야기가 궁금한 정도의 매력이든간에) 여러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이 죽어버렸다는 느낌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요렇게 글이 아쉬운 점 중심으로 쓰여진 것 같긴 하지만 사실 볼 때는 정말 재밌게 잘 봤어요. 아쉬움은 영화를 다 보고나서 글로 정리하다보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부분이구요. 사실 제가 뭐 극본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정도의 사람도 아니고. 감독의 다른 작품도 새삼 기대해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인 듯 합니다. :)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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