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 포 벤데타 (2005)



꽤 유명한 영화인 모양인데, 좀 늦게 보기 시작했다. 포스터에 써져있는 저런 설정인지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던 영화. 내가 알았던건 어나니머스가 자기네들 상징으로 사용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이 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 정도였을까. 영화를 다 보고나니 어나니머스가 왜 이걸 자기들 심볼로 삼았는지 이해할 수 있기도 하고. 일단 지금까지의 내용을 기반으로 평가하자면, 억압적이고 삐뚤어진 국가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그러한 체계를 포기할 것을 요구하는 민중의 영웅.. 같은 캐릭터인 것 같다. 드라마 <각시탈>에 나왔던 각시탈같은 존재. 아, 물론 이 영화가 먼저이니 관계는 정반대인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정작 까놓고 보면 그런 철학적 메시지보다도 브이의 개인적인 원한풀기에 가깝다. 결국 국가가 자신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이 브이가 브이로 활동하게 되는 이유를 제공한 셈이고, 거기에 국가의 부패, 규제 등이 대의명분처럼 달라붙은 느낌이랄까. 결국 자신이 죽더라도 체제를 무너뜨린 브이는 나라에 있어서 어떤 의미로는 분명히 영웅이 맞았지만, 개인적인 동기가 더 강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선 어나니머스와 비슷하기도 하고.


어쨌든 '브이'라는 캐릭터는 확실히 매력적인 캐릭터인 것 같다.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나왔던 배트맨처럼(물론 느낌은 확 다르지만) 뭔가 다크히어로?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해할 수 없는 세상, 이해할 수 없는 설정도 곳곳에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설정 하나 하나가 이 나라의 왜곡된 단면을 잘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다.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학에서 흔히 선거와 언론 등을 권력의 유지 수단으로 자주 언급하곤 하는데, 이 작품 속에서는 사실 그건 '겉만 번지르르'한 이야기고, 사람들도 어느 정도 그 실상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게 '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폭발하게 되는 거고. 그런 의미에서 보면 또 완전히 새로운 접근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정치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재밌는 내용이 꽤 있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었음. 사실 이렇게 쓰는 나 자신도 정치학에 조예는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정도지만.


근데 보면 볼 수록 각시탈이랑 캐릭터나 내용, 느낌이 겹친다 ㅋㅋㅋ 위에서 브이 포 벤데타가 먼저라고 했는데 원작만화로 치면 또 각시탈이 먼저가 되나?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영화/미국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