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 칩 키드(Chip Kidd) : 책을 디자인 하는 일은 쉽지가 않아요. 사실, 쉬워요.


정말 오랜만에 본 TED. 또 한동안 TED를 안보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돌아다니가 재밌어보이는 TED를 발견하고 보기 시작했다. 칩 키드(Chip Kidd)의 책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 처음 교복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은 걸 보고 뭔가 비범하다 싶긴 했는데, 전반적으로 20분 조금 안되는 강연을 너무 재밌게 이끌어나갔다. 나도 저렇게 강의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그런 강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되게 좋았다. 


이런 부분은 대학에 들어와서 느낀건데, 사람이 그 분야에 얼마나 탁월하냐와 강의력은 무관하다는 것. 물론 모르면 가르칠 수 없지만, 잘 안다고 해서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전에 읽었던 책에서 <너무 잘 알면 오히려 잘 가르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런 느낌이랄까? 그에 비해 칩 키드의 강의는 주제를 적당히 벗어나 내용이 지루해지는 것을 예방하면서도 큰 틀은 벗어나지 않으면서 산만한 것 같은데도 내용에 집중하게 하는 매력을 가진 강의다. 그가 디자인하는 책들의 수많은 아이디어나 창의력과 같은 부분이 비단 디자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거다. 하여간에 대단한 강의력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그가 디자인했던 책 디자인 중에 전에 본 적이 있는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미국판 뿐이었는데, 그가 보여준 디자인은 하나같이 미국적인 색채가 짙으면서도 참 잘했다싶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책 디자인도 요즘 나오는 책들은 깔끔하게 잘 만들어놓은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조금 조잡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게 딱히 미국에 비해 디자인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좀 더 깔끔하게, 세련되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 


칩 키드가 그림과 그걸 뜻하는 단어를 함께 넣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책 디자인은 그런 경우가 많고, 종종 책 내용과 전혀 상관이 없는, 그렇다고 예쁘지도 않은 일러스트로 책 디자인 자체를 싸구려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운 경우가 많은데, 차라리 깔끔하게 글자만 써놓는 디자인도 괜찮은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에 들었던 디자인 중 하나가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하얀색 표지에 글자만 깨끗하게 써져있는게 오히려 더 책에 관심을 가게 만든다. 요즘은 옛날처럼 같은 공간에 뭔가 많이 담은 디자인보다 필요한만큼만 딱 적절하게 절제한 디자인이 더 좋아서.


P.S.) 

솔직히 칩 키드가 보여준 예중에 그림을 짜깁기한 건 나라면 저걸 보고 그런 호기심을 느낄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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