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었지만 재수가 완전히 끝났네요



제가 활동하는 수험생 커뮤니티라고는 눈팅 포함해도 오르비 정도인데 거긴 요즘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서(..) 그 쪽에는 따로 올리지 않고(말 그대로 눈팅 회원이기도 했고) 페이스북, 트위터에 한 번씩 올렸다가 금방 순천 다시 도착해서 글 써요. 깨알같은 일상글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어찌되었든 결국 서강대학교에 1차 추가합격되었네요. 서강대학교를 가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보면,


<현역> S대 입학사정관 전형(1차 불합), K대 논술(불합), Y대 논술(불합), Y대 입학사정관 전형(1차 불합), K대 정시(불합), S대 정시(불합), C대 정시(불합)

<재수> K대 논술(불합), S대 논술(불합), S대 논술(불합), H대 논술(응시X), C대 논술(응시X), S대 논술(응시X), S대 정시(최초합), S대 정시(추합), S대 정시(불합-대기58)


정도가 되겠네요. 정말 원서비로 대학에 얼마를 들이부은거지... 어찌되었든 힘들기도 재밌기도 즐겁기도 화나기도 했던, 다이나믹했던(...) 재수 생활이 끝났습니다. 수능 끝나고도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긴 하지만 사실 원서영역이라고 할 정도로 입시의 성공은 원서에 달려있는 것 만큼(..) 진학할 대학이 확정되면 한 번쯤 더 글을 쓰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흔히 대학 들어갈 땐 문닫고 들어가는게 제일 좋다고 하는데, 그러면 2월 9일부터 시작되는 추가합격자 발표를 20일까지 기다려서 전화 찬스를 잡아 채야한단 소린데 제 멘탈로는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구요. 서강대학교 사회과학계는 1차 추합에서 9명이 빠졌는데 제가 대기 8번 받고 합격했습니다. 내일 등록하면 이제 서강대에 최종 등록되는 셈이네요.


재수를 완전히 끝내고, 첫번째 글을 쓸 때까지만 해도 한창 놀고 있었던 때였던 것 같은데 지금에 와서는 제가 다시 입시전쟁의 현장...이라고 부를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쨌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서 2개월 반 정도의 조교 생활을 하고 나니 꽤 여러가지 생각이 들긴 하더라구요. 물론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배적인 생각은 "내가 어떻게 이 생활을 했지.." 입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대학이 요구하는 수준은 너무 높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다운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라는게 어느 정도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라고 하면 남 부럽지 않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좋을텐데요. 물론 그렇게 되려면 지금처럼 서열화되는 대학 '레벨'에 과한 의식 자체를 바꿔놓아야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는 참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오히려 그런 시간에 노는게 재밌잖아요. 시험기간에 노는게 재밌는 거랑 비슷한 거 아니겠습니까. 재수 때에 비하면 현역 때는 거의 정줄 놓고 놀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정도였지만 어쨌든 사실 재수랑 현역 중 어떤게 더 기억에 남느냐고 한다면 현역 때겠죠. 재수 때는 너무 힘들어서 인상깊은 기억은 될지 몰라도 그냥 흑역사로 묻어놓고 싶은 1년이기도 해요. 즐겁기도 했고 재밌었던 때도 있었지만 여러가지로 너무 고생을 많이 했던 해에요. 어쨌든 학원에는 다들 학교를 다니고 있는 친구들만 있는데, 걔네들이 즐겁게 보내는걸 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그것보다 덜 즐겁게 보냈던 것 같은 제 고3 시절의 댓가는 재수였는데.. 하는 걱정도 들고, 솔직히 말하면 대학에 목숨을 거는 게 얼마나 현명한 건지에 대한 의문도 들어요. 


예컨대 제가 서강대를 갔지만 실제로 저희 반(재수반)에는 서강대 경영학과에서 반수해서 이번에 고려대학교 자유전공으로 넘어간 친구도 있어요. 고려대학교라고 한다면 물론 남부럽지 않은 대학이지만 저라면 아마 절대 꿈도 못꿀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죠. 대학에는 그렇게 자신만의 '만족스러운' 선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순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친구, 소위 말하는 '지거국'을 노리는 친구, 인서울을 노리는 친구.. 학원이 워낙 학생들 스펙트럼이 넓어서 이야기하다보면 인서울도 아니고 '서고연서성한'을 보면서 공부했던 제가 뭘 했었나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사회에 나가서 대학 간판 때문에 고생 많이 한다고들 하는데.. 저로서는 아직 겪어보지 못했구요. 뭐 이건 사실 아닐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다들 대학에 목숨을 걸고 학부모들도 아이들 대학 이름에 목숨을 걸고 하는거겠죠.


이런 말이랑 같이 하면 좀 그렇긴 한데 그런 사이에도 과외 형식으로 쭉 데리고 나가면 성적 좀 올려줄 수 있을 것 같은 친구들이 많아요. 사실 저랑 학원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이랑은 공부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아무래도 재수 할 때는 문과 특반에 있었기 때문인지 주변엔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논다'는 친구들도 공부는 하면서 놀았죠. 최소한의 공부는 항상 하면서. 근데 제 현역 때를 돌이켜봐도, 걱정도 안됐었는지 정말 대차게 잘도 놀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굳이 공부에 흥미가 없는 친구들까지 그렇게 공부로 몰고 가겠다는건 아니지만 옆에서 공부 시간도 적당히 분배해주고 틀을 잡아서 데려가면 하다못해 본인들이 가고 싶은 대학(이 막연히 너무 높다면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대개 그렇지는 않은 것 같고)은 충분히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그런 생각 때문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생각하지도 않았던 과외를 대학에 들어가서 해보기로 한 거구요.


그거 외에도 학원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그건 나중에 천천히 써봐야겠네요. 서울을 막 갔다온지라 굉장히 피곤해서.. -_-a


학교 이야기로 돌아가서, 아마 현실적인 선택으로 복수전공(서강대는 다전공이라는 이름을 쓰는데..)으로 경영학을 선택하게 될 것 같긴 하지만 반에서 남자애들 한정으로 지망대학을 적을 때부터 상경계열(경영/경제)을 쓰지 않고 사과계열(학과별 모집일 땐 정치외교학과)을 쓰는건 저 정도 뿐인 것 같더라구요. 그만큼 상경 열풍이 쎈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제가 사회과학계열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정말로 막연하기 짝이 없는 사회과학에 대한 동경이 클 거에요. 그러니까 말 그대로 '한 번 배워보고 싶었던 학문'이라는 거죠. 어떤 걸 배우면서 어떻게 생활할지는 뭐 대학 가봐야 아는 거 아니겠어요. 1학기만 다니고 군대 때문에 군휴학을 내야 하기도 하구요.


어찌되었던 시원섭섭했던 2012년 재수 생활은 요렇게 끝마칩니다. :D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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