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는 비밀 (2008)

말할 수 없는 비밀
不能說的秘密
2008


사실 여러번 봤던 영화이긴 한데.. 어쨌든 여전히 주걸륜과 계륜미 커플링은 보기가 참 좋습니다. 사실 이 영화 처음 봤을 때는 엔딩에 실망했었어요. 뭔가 모두 복선이긴 했는데 퐝~당~ 하다고나 할까. 갑자기 그게 다 환상이었어, 라니. 그 당시엔 그저 엔딩이 실망이야... 엔딩이 저렇게 판타지만 아니었더라도... 이랬는데, 다시 보니까 또 색다르네요. 스토리를 다 아는 영화라서 더 감동적으로 볼 수 있었던 영화라고나 할까. 


엔딩이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그런 처지이기 때문에, 계륜미(루샤오위)가 할 수 밖에 없었던 선택이 더 부각되었기 때문이겠죠. 아무도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고, 그런데 주걸륜(샹륜)을 너무 사랑하니까. 그걸 환상이라고 치부할 수가 없었던 루샤오위의 처지라는게, 사실은 그런 판타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나 할까. 루샤오위가 죽은 책상에서 20년의 벽을 넘어서서, 책상과 화이트를 통해(...) 루샤오위와 샹륜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못해 슬플 지경이죠. 실제로 거기서 왈칵 하기도 했었고.


이런 생각은 뭐하지만, Secret을 연주하고 시대를 넘어섰을 때 처음 보는 사람만이 자신을 볼 수 있다.. 라고 하는 설정은, 어쩌면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보게 되는 것도 사실이죠. 만약 마지막에 샹륜이 넘어가서 다른 사람과 먼저 마주쳤다면? 이미 졸업식이 지나고 건물이 철거된 후니까, 그럼 샹륜은 평생 루샤오위를 바라만 보다가, 정작 루샤오위는 보지도 못한 채로 끝나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말이죠. 뭐 세세한 설정까지 따지고 들어가자면 혼자라는걸 파악한게 너무 늦다라거나... 여러모로 있지만, 거기까지 파고들 정도의 영화는 아니죠. 


사실 영화가 너무 아름답죠. 저는 대만을 가서도 단수이를 가보진 못했지만(...) 영화의 화면 자체도 아름답고, 루샤오위와 샹륜의 모습도 너무 아릅답거든요. 여하튼 눈도 귀도 머리도 즐거운 영화임은 확실합니다. 물론 머리야 복잡해지지만요. 여운이 꽤 긴 영화가 아니겠습니까. 루샤오위가 처한 상황이 너무 슬퍼요. 루샤오위에게 샹륜은 어떤 존재였을까요. 20년이라는 세월은 또 어떨까요. 영화 속에서의 20년이야 그저 시간의 장벽이었지만, 만약 루샤오위가 그렇게 불쌍하게 천식으로 죽지 않았다면, 20년 뒤에 루샤오위가 샹륜을 만났다면. 20년의 장벽을 어떻게 느꼈을까요? 마치 <늑대소년>의 마지막 장면처럼 말이죠.


물론 청의는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악역 역할을 떠맡게 되었으니, 어째 불쌍하기까지 한 캐릭터라고나 할까. 사실 캐릭터 자체는 얄밉지도 않고 청의 본인은 루샤오위의 존재 자체를 알 수가 없으니 청의에겐 잘못이 전혀 없는데, 결국 루샤오위가 멘붕하는 과정에서부터 결국 죽게되는 데까지의 발단 자체를 청의가 제공한 셈이죠. 물론 그런 기복 정도까지 없으면 영화가 되겠습니까마는, 또 제 본성답게, 역시 아쉽지 않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죠.


처음 볼 때도 어렴풋이 했던 생각이긴 한데 계륜미가 참 이쁘네요. 주걸륜은 멋지고. 그리고 피아노 잘 치는 모습은 더 멋있고요. 우선 계륜미가 나온 영화가 더 보고 싶긴 한데.. <타이페이 카페스토리>같은거 재밌을런지 모르겠어요. 


한마디> 처음엔 판타지여서 실망했고, 나중엔 판타지라서 진짜 재밌었던 영화. 계륜미, 주걸륜, 그리고 무엇보다 매력적인건 이 영화 그 자체.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영화/아시아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