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드라마 《체인지》中 아사쿠라 총리대신 사임 및 내각 총사퇴 선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아사쿠라 케이타입니다. 실은 오늘은 제가 내각 총리대신으로 취임한 지 정확히 50일째 되는 날입니다. 그러한 오늘 아사쿠라 내각은 한 가지 결단을 내리고자 합니다.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지금 이 심정을 직접 국민 여러분께 전하고 싶었기에 이런 자리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먼저, 전 국민 여러분께 사죄를 드려야 합니다. 18년 전 정계에 미공개 주식이 뿌려졌던 다이도 상사 의혹. 이 때 부정 선거자금을 받은 정치가들을 아무것도 모른 채 전 제 내각 각료로 임명하고 말았습니다. 8명이나 제가 여러분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드렸다는 거, 잘 압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에게 몇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가급적이면, 제 입으로, 어려운 단어들은 쓰지 않고. 예전에 저는 초등학교 교사를 했었습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이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전 국회의원이 됐던 3개월 전까지 정치 경험은 전무했었습니다. 나가노의 평범한 진짜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로, 솔직히 말씀드리면 정치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물론, 정치 관련 사건이 터지거나 화제의 인물이 나타나거나 국민적 붐이 일어났을 땐 보통 사람들처럼 뉴스를 보긴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럴 때 선거에 관심을 가졌느냐고 묻는다면…… 죄송합니다. 그렇지 않은 적도 있습니다.

머리로는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도저히 가깝게 느껴지질 않는달까? 그보다는 정치 자체에 특별한 기대가 없었습니다. “당신의 한 표로 정치가 달라진다”는 말을 자주들 하는데 제 한 표로 정치가 달라졌다는 걸 실감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가 승리했다거나 어느 당이 약진했다며 흥분하기도 했는데 결국 그것도 한 때뿐이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 데다 선거 당시에 했던 공약들도 어느샌가 유야무야 돼 버려서, 나중에 생각해보면 그 때 흥분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기대를 가졌던 게 바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관심 자체를 끊게 돼 버려서 결국 제 한 표로 정치가 달라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런 제가 어쩌다 선거에 출마하게 됐고 또 어쩌다 당선까지 돼서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이곳에선 망설이게 만드는 일들뿐이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였기 때문에 '선생님'이란 호칭엔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지만 JR이나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데다 나이 많으신 분들이 제 앞에서 머리를 숙이는 걸 보곤 이래선 누구나 거만해지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치가가 됐다고 하여 딱히 뭘 해야 되는지는 몰랐습니다. 시키는 대로 위원회라는 데도 들어갔는데 거기서 무슨 논쟁을 펼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고 위원회라고 하면 예산위원회라는 말만 들어봤을 정도여서, 그 때 제 비서였던 분이 본회의는 초등학교로 치면 전교 조회, 상임위원회는 도서위원회, 특별위원회는 운동회 집행위원회, 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여 그제서야 겨우 이해했을 정도의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요. 하지만 몇 차례 듣다 보니 회의 내용은 그럭저럭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근데 그 논쟁이란 게 결론도 나지 않은 채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즉, 여당과 야당이 서로 자신들의 의견만을 주장해서 서로 의견이 일치하거나 서로의 의견에 납득하거나 물론 재고를 통해 상대의 의견에 동조하는 일도 없이 강행 가결시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뭐? 이렇게 끝이야?” 제 머릿속은 물음표로 가득했었습니다. 전 초등학교 교사 때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을 땐 답을 찾아낼 때까지 토론하자고요. 그렇게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고 만약 자신이 틀렸다고 생각한다면 솔직하게 인정하자고요.

하지만 여기선 그런 규칙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은 당이나 파벌의 방침에 따르는 것이 당연해,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줄곧 반대해왔던 법안을 파벌 선배 의원이 찬성으로 돌아서자마자 자신도 금세 찬성으로 돌아선 겁니다. 그래서 그 법안이 진정 국민들을 위한 것인지 여부는 아무도 확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전 정계에 들어와 있지만 점점 더 정치가 멀게 느껴지게 됐습니다.

그 때입니다. 총•재선에 출마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건요. 1년차 의원도 모자라 정치엔 완전히 초보인 사람에게 총재선이라니? 최대 여당인 정우당의 총재라면 총리대신입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얘기였죠. 물론 처음엔 사양했습니다. 하지만 문득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가 총리대신이 된다면 아이들에게 희망 가득한 미래를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요. 결국 전 총•재선에 출마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그건 아니지 않나?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 같은 생각이 점점 커져서…… 그래서 깨닫게 됐습니다. 정치엔 관심이 없는 것 같았지만 제 안엔 세상이 이렇게 됐으면 싶다거나, 이렇게 만들고 싶다, 는 마음이 있었다는 걸요. 전 총•재선 때, 여러분께 이런 약속을 드렸습니다. 여러분과 같은 눈으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정치의 문제점을 찾아내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여러분과 같은 귀로 약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도 진지하게 듣겠다고, 여러분과 같은 다리로 문제가 일어난 곳에 망설임 없이 달려가겠다고. 여러분과 같은 손으로 저도 저도 땀범벅이 되도록 일하고 이 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로 이끌겠다고. 제 모든 건 여러분과 똑같다고요. 전 총리가 되어서도 그 약속을 잊지 않았습니다.

전 정치에 있어 프로가 아닙니다. 권력을 갖고 싶어서 총리대신직을 수행하는 게 아닙니다. 절 지지해 주시고 제게 기대를 걸어주신 분들에게 제게 기대를 걸어주신 분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믿고 오늘까지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여러분을 배신하게 됐습니다. 다이도 상사 의혹은 아사쿠라 내각의 크나큰 불찰입니다. 내각뿐만 아니라 8명의 각료 이외에 15명의 국회의원이 부정 자금을 받은 것은 이 나라 정치가 신용을 잃게 된 크나큰 잘못입니다. '그것 봐, 역시 정치가들은 더러운 짓을 하잖아' '저딴 정치인이 장관이라니' '이래서 정치인은 믿을 수가 없다니까' 여러분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립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그런 정치가들이 그것을 용서한 총리대신이 태연한 듯 계속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은 잘못된 겁니다. 재차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말씀만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이곳 정계에 발을 들여 놓으면서 희망 또한 아주 많이 품게 됐다는 겁니다. 거기서 많은 것들을 배우기도 했고요. 부디 알아주십시오. 권력엔 전혀 집착하지 않고 열의와 사명감에 불타며 일하는 정치가도 있다는 것을요. 부디 알아주십시오. 오랜 경력과 영향력을 갖고도 자신의 잘못을 서슴없이 인정하고 떳떳하게 물러나는 정치가도 있다는 것을요. 부디 알아주십시오. 관료라고 불리는 사람들 가운데 이 나라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필사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요. 부디 알아주십시오. 이 나라를 위해 국민 여러분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총리대신을 지키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요. 부디 알아주십시오. 이곳 분위기에 물들지 않고 국민의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는 여성도 있다는 것을요. 부디 알아주십시오. 열정적이고 강인한 마음이 없다면 정치는 못한다고 언제나 제 등을 밀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요. 부디 알아주십시오. 정치엔 사람의 피가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제게 가르쳐준 사람도 있다는 것을요. 모두가 훌륭한 파트너였습니다. 전 그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서두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전 한가지 결단을 내리고자 합니다. 그 결단이란 것은 전 내각 총리대신직을 사임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전 이번 문제는 그것만으론 여러분에게 책임을 졌다고 말씀드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혹에 연루된 정치가들은 여전히 이곳에 남아있으니까요. 그래서 전 그분들에게, 아뇨, 의원 전원에게 사임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즉.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통해 다시 국민 여러분들이 국회의원을 선출해 주셨으면 한다는 겁니다.

선거에선 한 표 한 표가 대단히 소중하고 거기서 선출된 사람은 국민의 대표이며 국민의 뜻에 따라 일을 해야 합니다. 정치가 가야할 길을 결정하는 건 국민 한 분 한 분입니다. 이게 무슨 내용인 줄 아십니까? '국민주권'이란 말이 가진 의미입니다. 실은 어렵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려있는 내용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신 내용일 겁니다. 즉 이 나라의 주인공은 국민 여러분인 겁니다. 전 이 나라의 정치를 여러분의 손에 맡기고 싶습니다.

이 나라엔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산적해 있습니다. 저출산 문제, 교육 문제, 의료 문제, 그 외에도 수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치가들만이 고민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 여러분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여러분에겐 진짜 진정한 정치가를 뽑을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사리사욕에 빠지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국민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움직여줄 정치가 일해줄 정치가 그런 사람들을 여러분 자신이 국회로 보내야 하는 겁니다.

예전의 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확신을 갖고 분명하게 여러분께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의 한 표가 정치를, 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요. 전 내각 총리대신으로서 중의원을 해산할 것을 이 자리에서 선언합니다. 이 해산은 아사쿠라 내각의 잘못을 묻기 위함이 아닌 아이들에게 희망 가득한 미래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끝까지 들어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아사쿠라 케이타, 《체인지》 10화

사실, 정치 드라마이지만, 여타의 역사 드라마와 달리 픽션에 의거하고 있다보니 내용은 상당히 가볍게 진행된다. 일본 드라마 특유의 유머러스함도 적당히 묻어나는데다, 우리가 평상시에 느끼는, 부정적인 면모의 정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드라마였다. 자세한 감상은, 이제 본 지가 너무 많이 지나버려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사실 드라마인데도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저 긴 선언을 모두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제작진의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꽤 단순하다면 단순한 방식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관심있게 보지 않는다면, 정말로 지루한 파트이기도 하다. 수십분간, 아사쿠라 케이타(기무라 타쿠야 분)의 선언만을 읽고, 카메라도 그것만 잡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읽어보면, 무언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전, 100분 토론을 봤다. 요즘 정계의 핫이슈라면 역시 서울시장 선거, 여당인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와 야당단일후보 무소속 박원순 후보 간의 치열한 경쟁일 게다. 사실 나는 두 사람 개인에 대한 평가는 보류하더라도 양 측 진영(간단히 말해 여권과 야권)의 태도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고, 100분 토론에서도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

결정적으로, 양쪽 모두 다 있는데 중요한 것만 없다. 그들에겐 많은게 있다. 지원자가 있고, 지지세력이 있으며, 그들에겐 정책이 있고, 아이디어가 있고, 포부가 있고, (어쨌든) 네거티브 작전이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귀'가 없다. 그들은 토론에서도 그랬다. 서로에게 하는 질문은 순도 100%의 공격성 질문이었다. 알고는 있다. 후보 토론이라는게 결국 그런 것이라는걸. 하지만, 공중파 TV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되는 토론에서 단지 공격만을 목적으로 하는, 정작 국민들은 별로 궁금해지도 않는 질문까지도 서슴없이 한다. 그들의 토론을 들으면, 질문을 막아내기 위한 막연한 정책은 있지만, 그러한 정책에 대한 디테일한 면은 거의 없다. 그들에게 '디테일'이라는 것이 그저 수치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수치와 통계는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는가.

그런데, 이것보다 심각한 것은, 서로에게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로의 의견을 들을 생각이 별로 없다. 상대방이 질문을 했는데, 한 쪽은 요점으로 들어가기보다 장황한 서두를 먼저 꺼낸다. 반면 한 편은 그러한 점을 거침없이 물어뜯고, 상대방의 말을 끊는다. 양쪽은 서로의 토론 태도를 비난하며, '우려를 표한다'와 같이 멀-리 돌려 말하면서, 결국 토론회에서마저 네거티브전을 끝마치지 않는다. 선거 초부터 정책선거 정책선거 노래를 부르던 양 진영은 약속이라도 한 마냥 서로의 '정책'을 비난하고, 거기에 뿌리를 두고 서슴없이 네거티브 전략을 펼친다.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또 없는 귀는 사회자를 향하는 귀였다. 사회자의 권고와 요청은 어려운게 아니었다. 시간 엄수. 참, 그거 하나를 못지키고, 사회자만 애를 먹고 있었다. 과연 이러한 후보자들이 시장이 되고 무언가가 되서 국민의, 시민의 말에는 얼마나 귀를 기울일 것인가.

그들에게 선거가 국민 주권의 수단인지, 정권과 권력 획득의 수단인지, 우리 모두가 따져 물어야할 때인 것 같다.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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