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원 - 나의 권리를 말한다

  얼마전에 우연히 기회가 되서 학교 도서관에 들어온 책을 한 권 집었다. "나의 권리를 말한다". 책 제목만 보면 마치 무슨 사상서같기도 하고, 펼쳐보면 민주주의니 뭐니 하는 복잡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데, 사실 나오는건 맞지만 그렇게 딱딱한 책도 안디ㅏ. 표지만 봐도 뭔가 웃긴 느낌이랄까, 가벼운 느낌이랄까. 실제로는 무거운 내용을 가볍게 전달하는 훌륭한 책이다. 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법과 사회 선생님이 쓴 "나의 권리를 말한다"라는 책은, 학생의 기본적인 생각을 자리잡게하는데 분명 큰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수많은 부분에서 "아..."라는 상태에 빠졌는데, 특히 우리가 선입견에 빠져서 보고 있는 사회의 여러가지 요소들, 시스템들에 대해 생각을 뒤집어서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의 의미가 크다.
 사실 법조계, 특히 검사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 나는 최근 법에 대한 신념을 잃고 있었다. 검사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고 터지고, 검사라고 하는 딱딱한 폐쇄 시스템의 문제점이 사회에 드디어 부각되기 사작한 것이다. 사실 어느정도 그런 이야기는 들어왔다. 검사라고 하는 시스템의 위계질서니 뭐니. 그것은 아마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는 관료제의 문제점에 엘리트주의까지 뒤섞여 들어간 엘리트 관료주의의 폐단이리라.
 그렇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법에 대한 신념을 잃으면서 검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 자체를 잃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내가 과연 저 자리에 서서 저렇게 변질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내가 저 자리에 서서, 내가 그토록 바랬던 그 "정의"를 내 손으로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던 것이다. 그걸 이룰 수 없다면 내가 검사가 되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에 빠져들었던 것이다. 지금 필사적으로 노력해도 될 수 있을까 싶은 꿈을 그렇게 망설이고 있는 나  자체도 싫었지만, 나를 그렇게 만드는 이 사회와 얼룩진 사법 제도 자체도 싫어지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집어들게 된 이 책은 법 그 자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제공해주었고, 다시 법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물론 변한 점이라면 법을 공부하고 싶어졌다는 점. 아직도 검사에 대한 신념은 많이 흔들리고 있고, 무너진 것도 복원 불가능할 정도다. 지금과 같은 (비리에 노출된) 검사들은 결국 우리 사회를 이 상태로 몰아넣은 엘리트주의에 빠진 관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검사는 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그렇게 생각해왔던 내 믿음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의사' 부분에서 느낀 점은 엘리트가 반드시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단방에 깨진 것이다. 작가는 단순히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의대생이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의사가 되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의사가 되고 싶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그러나 성적은 조금 나쁜 학생이 의사가 되는 쪽이 더 낫지 않느냐라고 말한다. 그렇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 좋은 직장을 취하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의사와 법조인은 "좋은 직장"으로서 남아있지 그 본질을 잃어버렸다. 그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이 아니라 그 직업에 대한 직업정신과 목표가 뚜렷하고 그 본질을 실현할 수 있는 학생이 그 직업을 얻을 수 있어야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이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책 자체는 굉장하다. 어려운 이야기를 너무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당황했을 정도다. 수업시간에 사회선생님이 간간히 해주는 이야기들을 모아둔 느낌이랄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이미지 맵

    서평/인문학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