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삼 - 아벨만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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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고등학교 문학토론동아리, 새롬 - "연인희곡총서 ⑤ 한국 현대 명작 희곡선집" 중 3번째 이야기 -
아벨만의 재판 - 이근삼 著

아아, 이것도 참으로 비극적인 이야기.나로서는 책이라고 하는 포맷으로서는(물론 교과서를 제외하고) 처음 읽어본 희곡 작품이었다. 뭐라고 해야할까, 다 읽고 나서도 묘한 느낌이 남아있어서- 오랫동안 감상도 남기지 못하고 미루고 있다가 이제 더 미루다가는 감상 그 자체가 남아있지 않을 것 같아서 남겨보도록 하지요. 순천고등학교 문학토론 동아리 - 새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는 처음으로 쓰는 글 같은데, 실제로 동아리 활동 게시판이 만들어질 때까지는 블로그에 계속 남길까 합니다. 뭐 만들어져도 블로그에 같이 남기게 될 것 같긴 한데 ㅇ<-<

내용은 '중립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실제로 중립국이라는 배경이지만 북한군이 지나간 남한의 상황과도 굉장히 닮아있다고 해야할까- 역시 우리나라의 작품이기 때문에 그럴까. 주인공이라고 한다면 아벨만과 루시아 부부다. 이들은 진실로 "착했던" 이들이고, 어떻게 보면 약자이기도 하다. 이런 아벨만 부부에게 다가온 것은 차갑고 냉정한 재판이었다.
재판은 시작부터가 잘못되어있었다. 그들은 힘이 없었기에, 무엇보다 착했기에 그런 형싱적인 재판의 대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아벨만이 그 재판에 순순히 응한 것이다. 그리고 아벨만이 그렇게 잡혀들어간건, 분명 마을 사람들의 문제는 아니었다. 모두 무죄를 주면 뭐한까- 라면서 시작된 논리 때문에 아벨만은 결국 유죄 판결을 받게 되고 연락관이 이를 풀어주는 형식을 빌려 아벨만을 풀어주게 된다. 그 대신 연락관은 그 책임을 마을 유지들에게 물으면서 그들을 수감한다.
그렇게 나온 아벨만은 변해버린 현실에 차가움을 느낀다. 마을을 위해 잡혀들어갔다가 나온 그를 맞이한 것은 마을의 유지들을 감옥으로 보낸 남자라는 타이틀 뿐이었다. 한편 연락관은 사실 이 마을에 살았던 남자로서 복수심에 불타오르고 있었다- 결국 이러한 것 전체가 그의 복수였던 것이다. 그러한 과거를 알고 있었던 작가가 연락관을 협박함으로서 글 한편을 써주는 조건으로 그들을 석방하기로 했고, 결국 그들은 석방되었다. 그리고 마을의 유지들은 아벨만과 루시아를 멀리로 보내고 그들을 죽은 것으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지만 아벨만과 루시아는 다시 돌아와 정당한 재판을 요구했고, 재정관은 그런 부부를 총으로 쏴 죽여버림으로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이야기의 결말, 아벨만-루시아 부부의 죽음
이 작품은 아벨만과 루시아 부부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끝을 맺는다. 그러한 끝 부분에서 오가는 대화를 보면

 (무대 밖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린다. 모두 놀란다)
부인  루시아……?
작가  ……끝장이군.
읍장  뭐가? (잠시 후 재정관이 들어온다) 어떻게 됐어?
작가  ……당신은 그 나이에 포로를 처리하는데는 천재적인 수완이 있군.

 이라는 대목이 있다-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계속 느낀건데, 굉장히 차가운 이야기다. 서로의 약점을 가지고 부인과 재정관이 대치하고, 결국 부인은 루시아 부부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자신을 희생할 수는 없다- 분명한 현실이고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째서 이렇게 차갑게 느껴지는 것일까.
마지막, 정당한 재판을 요구하는 아벨만 부부와 마을 유지간의 대립은 "어느새 변질되어버린 재판"이라는 요소를 둘러싸고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그들의 이름을 빌려 마을의 안정을 꾀했던 재판이, 서로에게 자신이 살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굉장히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의를 베풀었떤 이들을 자신을 위해 차가운 음지로 내모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악인 보다 더욱 깊은 차가움이 느껴진다.

변해버린 사람들 - '영웅'인가 '죄인'인가
한편 감옥에 들어갔다 나온 아벨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재판에 응했고, (자신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감옥까지 다녀온 아벨만. 그가 감옥에 가기 전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띄워주고 열광했었다. 그랬던 마을사람들이 감옥에 다녀온 아벨만에게는 '죄인'으로서 대했다. 그 때문에 마을의 유지들이 모두 감옥으로 갔기 때문이다- 사실 잘못은 유지들이 한 것인데, 아벨만은 자신의 선의를 베풀었을 뿐인데 그는 죄인 취급을 받아야했다. 어떤 면에서는 이 사회의 비합리적인 요소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는- 군중심리의 일면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뭐랄까 역시나 굉장히 씁쓸했달까.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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