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뮤지컬, 빨래

처음 보게 된 뮤지컬. 사실 순천이란 곳이, 물론 타지에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곳이기도 하지만, 문화 쪽에서는 꽤나 소외된 지역이기도 하다. 우선 아예 안오는 것은 아니고, 가수들 공연도 전국 순회에서 가-끔 한 번씩 찾아주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무대를 소화할만한 시설 자체가 없다. 문화 예술 회관이라는 것도 사실 그다지 실속있지는 않고, 전국 투어 같은걸로 오면 자주 무대로 사용되는 팔마체육관 역시 "체육관"이라는 목적에 맞게 설계되어있기 때문에 공연을 하기에 적합하진 않다. 실제로 이 곳이라고 표가 싼 것은 아닌데, 역시 4만원 5만원씩 주면서 갈 정도의 시설은 아닌거다. 한마디로 도대체 뭘 가지고 봐야하는거야? 라는 느낌이라서, 순천에선 그다지 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역시나 잘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역시 뮤지컬은 서울에서 봐야한다라는 일념으로[..]

그래도 이번에 설에는 서울에 올라가게 되어서 형이 (-_-!) 뮤지컬을 준비해줘서 어찌어찌 보게 되었다. 위치는 대학로의 학전 그린 소극장. 물론 처음보는 뮤지컬이니만큼 기대도 되었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200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뮤지컬인데도 당연히 나는 모르니까 -_- 재밌을까 걱정도 되었던 작품이다. 한마디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거 재밌다!(아니, 그보다는 감동-이랄까?)

푸헤헤 XD

사실, 뭐라고 해야할까, 서울 소시민적인 삶? 이라는 느낌일까. 뮤지컬이라고 하면 그냥 좀 막연한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보고 난 소감은, 작품성도 굉장하고, 노래나 연기도 무척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기대를 한없이 뛰어넘었다는 것이다- 대단하다. 사실, 어떤 노래가 가장 좋았어요? 하면 "...네?" 라고 해야할 정도다. 사실 답변하기가 어렵다. 전반적으로 노래가 나쁘지는 않았는데, 개인적인 생각이라면 굉장한 작품성이 노래를 삼켜버린 작품이다. 실제로 흠잡을데 없는 작품. 굳이 흠잡아보자면, 뭐랄까 조금 가벼운 느낌이랄까 - 애초에 기획 자체가 그렇게 된 것 같으니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웅장하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소시민적 삶을 그려내는데 장난스럽게까지 느껴지니까.

소시민적 삶을 고발한다는 의미도 있긴 하겠지만, 그것보다 더 진하게 느껴진 것은- 무엇보다 우리들의 이야기 그 자체를 그려냈다는거. 물론 나는 아니고(난 학생이니까)- 그렇지만, 뭐랄까 괜히 가슴이 짠해진달까. 보고 나서도 여러모로 생각하면 감동이랄까, 여운이랄까, 알 수 없는 격하고도 잔잔한 느낌이 있다.

극장 분위기 자체(학전 그린)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자리도 편했고, 무엇보다 소극장이라서 배우들을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관객들이 드나들도록 되어있는 계단(A석과 B석 사이, B석과 C석 사이)으로 배우들이 다녀서,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뮤지컬의 한 부분으로 동화시키는 것도 대단했고.

우선은 OST를 구입하고 싶은데, 현재로서는 빠진 곡들이 있어서- 6차 OST에는 포함된다고 하니 이거 나오면 구입할까 어쩔까 고민하고 있다. 애초에 지금은 당장 사고 싶어서 OST를 탐내고 있는 거지만, 글쎄, 어떻게 되려나. 오랜만에 다시 책 따위를 사기 시작하니까 돈 무서운줄 모르고 자꾸 쓰게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이것도 나름 고민. 음반도 거기에 가세하고 있는 판이라 지금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가서 봤을 때 나영이 역할을 하셨던 엄태리 배우님 OST를 듣고 싶은데, 6차에선 누가 부를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최고.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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