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야 리사 - 꿈을 주다

표제: 꿈을 주다
원제: 夢を與える
저자: 와타야 리사
옮김: 양윤옥
정말, 빠르게 내달렸네요. 거의 1주일만에 와타야 리사씨의 책 중 우리나라에 번역 출판된 책은 모두 읽었습니다(사실 단행본은 다 읽은 셈). 인스톨 때부터 쭉 좋아했던 작가도 아니고, 갑자기 빠져버려서 이렇게 읽어버렸지만,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작가네요. 이제 다음 책만을 기다리며 달릴 겁니다. +_+ 요즘은 책을 전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고 있는데, 수능 끝나고 책이랑 음반을 왕창 사버리려고 작정하고 있습니다. 뭐 얼마전에 Growing Season 사버릴 뻔 하긴 했는데(...) 어쩌면 1주일도 지나지 못해서 샀다고 포스팅할지도 모를 일.

아아, 너무 멀리 갔고, 와타야 리사의 3번째 단행본인 꿈을 주다에 대해서 써보도록 할까요. 냠냠 :)

이번 작품은 유난히 길었습니다. 그간의 작품이 과연 이거 장편소설이라고 불러도 될까, 싶을 정도의 분량(<인스톨> 130p,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150p)이었던 데에 비해서 200페이지를 넘어서야 아아 이제 반쯤 읽은 건가 싶었던 분량입니다. 표지는... 개인적으로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어요. 일본판 표지 쪽이 조금 더 괜찮았던 듯. 물론, 뭐 표지보단 내용이지만.

와타야 리사에게 있어서 3년 반이라는 공백은 무엇이었을까요. 와타야 리사의 전작 2가지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했습니다. 작품의 방향이 바뀌었달까, 새로운 시도는 여러 곳에서 묻어나지만 나쁜 의미로도, 좋은 의미로도 작품의 방향은 많이 바뀌어있었습니다. 이전의 작품들이 전형적인 성장소설이지만 짧은 한 편의 이야기였다고 한다면, 이번 이야기는 전형적인 성장소설인 면도 줄어들고 이야기 자체도 어릴 때부터(아니, 정확히는 출생 전부터) 고등학교 3학년생이 될 때까지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아베 유코라는 아이가 연예인이 되고 몰락하기 까지의 과정. 어쩌면, 단순하고, 이게 연예계의 현실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머리가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다 읽고 책장을 덮는 순간 머리를 찾아오는 두통. 아아, 이게 도대체 뭐야. 뭔가 끔찍해. 어느새 우리는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이 되어 아베 유코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미키코, 유코 짱에게 네 꿈을 억지로 밀어붙여서는 안 돼."

P. 74

어쩌면 그녀의 불행의 시작은 여기서부터가 아니었을까. 그녀의 어머니, 미키코는 유코에게 연예인의 꿈을 뒤집어 씌운다. 아주 어릴 때부터, CM으로 시작해서. 그리고 그녀의 일정을 어머니 미키코가 직접 관리해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사랑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참혹하고, 끔찍한 결과였다. 과연 유코는 미키코에게 있어서 누구보다 사랑스러운 딸이었는가, 아니면 그녀의 인형이었는가. 만약 내가 미키코에게 직접 가 물어본다고 해도, 그녀는 대답하지 못하겠지.

"그러면 꿈이라고 해도 진짜 꿈의 아니잖아요? 다 거짓말 아니에요?"

"그래, 다 거짓말이야. 그래서 꿈인거지."

 그리고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 방황의 조짐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누군가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니 장래의 계획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다른 사람에게 꿈을 주고 싶다고 해라, 라고 하는 매니저의 말에 그녀는 의문을 표한다. 꿈이란 뭐지? 내게 꿈을 준다, 라고 하는 오만한 행동을 할 자격이 있을까? 그녀의 방황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었다.

 소질은 없지만 난 선택받았어.

그렇게 중얼거리는 것으로 자신의 허영심을 부추겨 나날의 양식으로 삼았다.

 자신은 안된다는걸 깨달았던 걸까. 아니, 결코 글너 것은 아니었따. 하지만 그녀는 그런 허영이 없으면 더이상 서있을 수 조차 없었다. 살아가는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런 거짓말로, 아니 거짓된 믿음으로 자신의 허영심을 부추겼고 자신의 허영을 배불렸다.

 "아니, 내 힘이 아니에요. 저기 구석에 있는 화분이 내게 힘을 주었죠."

유코는 큼지막한 화분의 열대 관엽식물을 가리켰다.

"해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나처럼 강하게 살라고 속삭여줬어요. 그래서 난 이제 괜찮아요.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갈래요."

아코씨와 스타일리스트는 난처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 화분의 관엽식물은 모조품이었다.

 과연 무엇이 모조품이었을까? 과연그 화분의 관엽식물만이 모조품이었을까? 이미 여기서부터 드러나는 것이다── 아베 유코는 아베 유코가 아니다. 아베 유코는 아베 유코라는또 하나의 역할을 받아 연기하고 있을 뿐이다.자신을 연기해나가던 그녀는, 결국 방황하게 된다.

뒷부분에 들어와서 이야기는 극도로 끔찍해진다. 거짓된 사랑에 속아, 흔히 말하는 동영상 유포로 그녀의 연예인으로서 지위는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리고 사실상 연예인으로서의 수명을 다하게 된다.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그걸로 끝이다.

와타야 리사는 그녀의 몰락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변인들.. 그것도 와타야 리사가 없는 곳에서의 이야기를 통해 유코가 몰락을 드러냈다. 그것도 나름 직접적이라면 직접적일까. 하지만, 그런 표현 방법은 우리에게 더 큰 인상을 심어준다. 그건,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가장 간접적인 방법이기에.

읽으면서 느낀건 두 가지. 우선, 아베 유코와는 거의 동화되다시피 해서 안타까웠다. 그녀의 잘못된 선택에 안타까웠고, 망가져가는 그녀의 모습에 안타까웠고, 무너지는 그녀를 보며 안타까웠다. 감성적인 문체와 비극적인 전개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는 한편 이것이 연예인의 고충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과의 교류마저 없고, 그나마 있었던 교류마저 속고, 함정에 빠지고.

작가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려볼까. 문체가 훨씬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3년 반이라는 공백은 헛된 것은 아니었던 듯, 이전의 문체가 분명 우수하였지만 날카롭고 거칠었다면 이번 문체는 그 때에 비해서 많이 부드러워진 모습이 보이고, 동시에 전반적으로 잘 다듬어졌다. 그녀도 메이저를 향해 달리는 듯한 모습. 하지만, 여전히 그녀 문체의 매력은 생생히 살아있다. 과연,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가 아닌가.

그런가하면 무라카미 류의 작품과 비교받았을 정도로 성적 묘사가 포함되었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처럼, 이번 작품도 뒤에서 동영상 부분에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 이 부분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하루키는 와타야 리사를 극찬하고, 와타야 리사는 하루키의 팬이고. -_-a)

어쩌다보니 처음에 존댓말로 시작하다 뒤에서 바뀌어버렸는데 -_-;;
귀찮아서 놔둬요[...]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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