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새해입니다

어느새, 너무나도 빨리 다가와버린 순간에 가끔은 아쉬워하고, 가끔은 즐거워하는 것이 사람입니다. 그게 비록 우리 마음에서 어떤 작용을 하던지간에, 우리에게는 그게 플러스가 되든 마이너스가 되든 간에, 그게 우리 인간의 순리인가 봅니다. 어느새 2010이라는 가득찬 숫자를 맞이하는 기분은 또 나름 새롭습니다. 2009년으로부터 단 한 순간이 지난 것 뿐일 수도 있고, 2009년 1월 1일으로부터 장장 1년을 지나온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것이 의미가 더 큰가요? 저에게는 아무리 그래도 1년을 지나온 것의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왜요, 그런거 있잖아요, 새해가 되었으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시작하는 의미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되돌아본다는 거. 어떻게 보면 엄청 유치한 것 같기도 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제 한 해라는 것을 지나왔으니 우리 모두 한 번쯤, 그래 1년은 어떻게 보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에 좋을 때인 것 같습니다.

2009년은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던 듯 합니다. 어느새 고등학교에 와버려서, 내 꿈과 직면하고, 독립과 자존과 직면하고, 가까운 시일내의 시험에 직면하고, 입시에 직면하면서 이리저리 시달려버린 것만 같아요. 가끔은 그렇게 보낸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좀 더 고등학교 생활을 즐겨야하지 않는가, 하면서요. 물론 공부를 안하고 놀아버린다는게 아니라, 조금 더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지금을 하나의 추억으로 쌓아가야하는 것은 아닐까 하구요. 제 개인적인 소망이라면, 이 생각이 맞아줬으면 합니다. 물론 제가 지킬 수 없다는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만은.

고등학교에 올라오고 나니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어울리게 되서 어느새 즐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신통해하곤 해요. 와, 어느새 나도 이렇게 커버렸어. 와, 나 언제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나, 지금쯤 동심을 잃어버렸을라나- 하고. 나 자신에 대해 명확한게 없다는 거, 확신할 수 있는게 단 한가지도 없다는거, 이건 앞으로 평생 끌어안고 가야할 삶의 무게일까요, 아니면 사춘기의 방황일 뿐일까요? 아직 어린 저로서는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순간, 그것이 지금입니다. 너무나도 빨리 지나가는 나날들이 제겐 때론 괴롭고, 때론 기대되는 나날입니다.

모순되게도 저는 빨리 어른이 되는 것과 최대한 오랫동안 어리고 싶다는 소망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 얻게될 자유와 그와 함께 동반될 의무, 과연 나는 이 입시의 굴레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른들이 흔히 20년 학생시절까지 고생해서 그 뒤를 편하게 산다고들 하는데, 사실 우리 삶은 입시를 지나치고 대학을 지나치고 취업 전선에 나서서 취업을 이겨내고 내가 원하는 직업을 얻어 평생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은퇴하고 나서 어느날인가 앉아서 생각해보면 인생이란 허망한 것이구나, 그 때 즐겼어야 했어..라고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나이이기에. 주변에 나이많은 사람들, 심지어는 취업한 형까지 있지만서도, 나는 그들이 정말로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또는 그들이 정말로 불행한지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불명확한 미래 속에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솔직히 평상시엔 그런 거창한 생각까진 하지 않지만, 뭐 어때요, 오늘은 들뜬 날인걸. 오늘은 새해잖아요, 2010년 1월 1일이니까요. 하루쯤, 이렇게 들떠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신 오지 않을 날이니까요, 고등학생의 신분으로서 처음맞는 새해라는 것은. 확신할 순 없지만 나는 내년 1월 1일엔 이렇게 들뜨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고3이 되어버리면 입시 전쟁이라는, 제 인생 첫번째 최대의 난관에 부딪히게 될테니까요. 과연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옳은 것일까. 국가라는 굴레에서 흔히 윗 계층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서 마음대로 굴러가버리는 이 세상에서, 우리들의 일인데 정작 우리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는 이 입시제도 속에서 우리 모두는 그런 불안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거기에서 무언가를 얻는 것은 자신 속에서라도 무언가 확고한 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이고, 얻지 못하는 사람들은 확고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면, 나는 어느 쪽에 분류될지도 무섭습니다.

조금 더 현실적인 측면으로 돌아와보면, 저는 조금 늦어버리지 않았을까요. 중학교 때부터 입시를 노리고 달렸다면, 그러니까 토익이라거나 토플이라거나 이런 것도 조금씩 보면서, 하다못해 영어만이라도 어떻게 했더라면 조금 더 편해지지 않았을까요. 유학이라도 다녀왔다면(어학연수라도.. 하지만 그건 부모님이 무리해서 보내주신다는걸 내가 거절한거니까 진심으로 뭐라고 할 말은 없어요) 어땠을까. 아니, 하지만 그랬다면 과연 내 중학교 3년은 즐거웠을까? 모든 기억속에 한 손에 두꺼운 책을 들고 있는 모습을 나중에 회상해보면 그땐 그랬지 하면서 웃을 수 있었을까? 손에 든 성적표를 들고 소리치고 싶었던 그 날을 회상할 때, 내가 특별했다면 나는 그 때를 회상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순 없지만, 그러지는 못했을 겁니다. 뭐,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저는 고등학교 생활도 1년을 헛되이 보내버린 것만 같습니다. 저에게, 그리고 후배님들에게 말씀드리자면, 제도상으로는 2학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실제로 생활 패턴 등을 생각해보면 1학년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 물론 입시라는 걸 생각하면 말할 것도 없이 3학년. 하지만 입시를 버려두고 공부만을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거에요. 2학년 때가 정말 미친듯이 공부해야할 때고, 1학년 때는 적응하고, 내 자신의 목표를 찾고,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고, 그리고 충분하다면 미친듯이 공부해두는게 좋아요. 잠깐이라도 나태해진다면, 머뭇거리지 말고 자신을 혼내주세요. 난 그러지 못했지만.

사실 요즘 검찰을 보면서, 요즘 내가 무언가에 눈을 떠버리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내가 법에 뜻을 두고 하고 있는 것이 진정 옳은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법계 쪽으로는 미래가 없다는 말들이 쏟아지고, 순수하게 저의 성취욕구 측면에서는 저렇게 정의의 반대편을 달리고 있는 이들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내가 저들의 자리에 올라서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무력감이 닥쳐옵니다. 법이라고 하는 것은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최선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차선책일 뿐입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소망은, 그런 정의라도 해낼 수 있다면 하는 것. 최소한의 정의라도 지켜낼 수 있다면 지켜보는 것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들에게 해가 되는 법은 철저히 찢어버려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법은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국민이 법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법은 소수의 이권 보호 수단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생각이 그리고 믿음이, 나중에도 지켜질 수 있을런지. 아니, 내 생각과 믿음이 옳긴 한 것인지. 앞으로 몇 년- 제대로 성취된다고 해도 10년 안팎으로 걸릴 햇수들을 세며, 매년 1월 1일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지.

하지만, 오늘 이런 고민을 하면서 제 머릿속이 복잡해지는걸 느끼니 또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여러분은 행복하신가요? 행복하지 않으시다구요?
그렇지만 오늘은 새해의 첫날입니다.

오늘만큼은 행복하길 바라요. 모두들 웃자구요. XD

소민(素旼)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의: kimv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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